#얼음 #우유주사 #강남술... '마약 은어' 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이미지투데이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씨(31)가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마약혐의로 체포된 하일씨(미국명 로버트 할리·60)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이들 사이에서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캔디·고기 등 은어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탈색·염색·왁싱·삭발·수액주사 등 마약 검사시 양성반응을 피하는 방법, 마약 거래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 등이 '꿀팁'으로 공유되는 실정이다. 더 이상 한국이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캔디·고기 은어 쓰면 수사망 피한다?

전국 경찰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3월부터 온라인상 마약류 판매광고 등을 단속하는 등 마약류를 집중 단속 중이다. 이처럼 마약 단속이 이뤄질 경우 마약류를 직접적으로 언급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포착되기 때문에 마약 사범들은 은어를 사용해 마약을 표현하곤 한다.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인 김희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은어는 매우 다양하다"면서 "'고기'는 '대마초'를 의미하고, '캔디'는 엑스터시나 합성마약을, 그리고 얼음, 작대기, 아이스 등은 필로폰을, 우유주사는 프로포폴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마약 거래도 이 같은 은어를 사용해 이뤄진다. 11일 트위터와 텀블러 등에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뜻하는 은어 '작대기(주사기)' '얼음(가루)' '차가운 술' '빙두'(북한산 필로폰)등을 검색하니 마약판매상으로 추정되는 사용자를 여러 명 찾을 수 있었다.

필로폰은 크리스탈, 아이스, 차가운 술, 빙두(북한산 필로폰) 등의 은어로도 불리며 대마초는 떨로 불리고 있었다. 이외에도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로 후리베이스, 강남술, 사끼 등이 통용됐다.

11일 트위터와 텀블러 등에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뜻하는 은어 '작대기(주사기)' '얼음(가루)' 등을 검색하니 마약판매상으로 추정되는 사용자를 여러 명 찾을 수 있었다. /사진=트위터

트위터에는 "#빙두팝니다 #크리스탈 #얼음 #아이스 #순도 #작대기 #한짝 #반짝 #차가운술 #북한산 #빙두"라는 해시태그와 텔레그램 아이디가 남겨져있는가하면, "차가운 술 팝니다. 기존 사장님들이 극찬한 그 맛. 목젖부터 뜨끈하게 올라오는 그 느낌"이라는 글과 함께 텔레그램 아이디가 남겨져있기도 했다.

경찰은 승리씨(본명 이승현·29)와 정준영씨(30)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에서도 마약 관련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중이다. 이 대화방에서 마약류로 추정되는 은어가 수차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화방에서는 "오늘 고기 먹을래?" "오늘 사탕(캔디) 먹자"는 대화가 오갔다.

◇마약 양성반응 검사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탈색·염색·왁싱·삭발·수액주사
이들 대화방에서는 "탈색과 염색 "수액" 등의 방법을 통해 마약 검사에서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마약 혐의도 수사 중이다.

김 변호사는 "실제 마약 사범들 사이에서는 '탈색·염색 번갈아 하면서 모발검사를 하면 마약 검사에 걸리지 않는다'든가 '마약 감정을 피해나갈 수 있는 약도 판매된다' 등의 이야기가 돈다"면서 "실질적으로 (이러한 방법들은)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결국 마약을 투약했다면 이것들이 결국엔 다 증거로 검거된다"면서 "가장 확실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머리를 다 삭발한다든지, 체모를 다 삭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마약류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씨(로버트 할리·60)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수원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하일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두 차례 수사망을 벗어난 바 있다. 경찰은 하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받은 뒤 하씨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하씨는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경기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양성반응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하씨는 머리를 짧게 깎고 몸은 제모를 한 상태로 경찰에 출석했다. 가슴털 등 몸에 남은 체모와 소변검사를 통해 마약 검사를 진행했지만 음성 반응이었다. 경찰은 심증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모두 하씨를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마약청정국'은 환상… "국민적 관심 필요"

이에 한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연합(UN)은 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청정국으로 인정하는데 우리나라는 2016년 국민 10만명당 마약사범 수가 28명을 기록했다.

해외와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국내로 마약이 반입되는 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류는 총 660건, 중량은 426㎏었다. 2017년과 비교해 건수는 약 1.5배, 중량은 6배 증가한 수치다.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면서 "환상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대로 적발을 하지 않았고, 우리 사회에는 마약사범이 이미 만연해있다"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적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