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동시선발 금지 '합헌'…이중지원 금지 '위헌'(상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우선선발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시지원 금지에 대해선 위헌 판단을 내렸지만, 자사고 폐지 로드맵의 핵심인 우선선발 금지가 합헌으로 결정되면서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과 이중지원 금지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자사고와 일반고에 동시지원을 금지한 시행령에 대해서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1항은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의 학생 선발시기를 일반고와 동일한 12월로 규정하고 있다. 또 제81조5항은 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시행령은 2017년 12월 통과됐다.

그러나 민족사관학교와 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법인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생 등은 이 같은 법령에 반발,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학교법인의 사학 운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이날 선고는 해당 헌법소원에 대한 최종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2020년 고입 전형은 그대로 유지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20년 고입 전형은 후기에 자사고와 일반고가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되 자사고와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평가 기준 수정 및 조희연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고입은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눠 선발한다. 전기고는 과학고·예술체육고·마이스터고 등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가 해당 된다. 후기고는 외국어와 국제계열 특수목적고, 자사고, 일반고, 자율형공립고 등이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교육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 로드맵 1단계에 해당하는 우선선발 금지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자사고 폐지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자사고가 학교 서열화를 촉발하는 등 취지와 다르게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1단계는 외국어고와 국제고를 포함한 자사고의 선발시기를 12월로 바꿔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자사고들의 우수 학생 선점을 막는 것이다. 2단계는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 점수가 미달 되는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한다. 마지막 3단계는 고교체제를 완전히 개편,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기한다.

재지정 평가를 두고 대립 중인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지역 자사고 간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사고들은 평가 기준을 강화한 서울시교육청에 반발, 운영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평가를 보이콧 하기도 했다. 현재는 평가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결과가 나온 뒤 행정소송 등을 예고한 상태다.

교육계 관계자는 "3단계 로드맵 중 1단계에 대해 합헌 판단이 나온 만큼 향후 교육 당국의 행보에 힘이 붙을 것"이라며 "자사고 폐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