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은행 이자 50배 주던 핀테크 '고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변휘 기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카카오페이, 토스, 쿠팡 등 핀테크 업체가 고객에게 받은 선불충전금에 ‘이자’를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두고 나온 말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고객에게 받은 선불충전금에 은행 요구불예금의 50배 수준의 이자를 포인트나 쿠폰 형식으로 준다. 금융업 인가도 받지 않은 업체가 유사수신을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업계 요청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과거 두 차례 유권해석을 내렸는데 정반대의 답변이 나오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2016년엔 ’맞고‘ 2018년엔 ’틀렸다‘=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주 카카오페이, 토스, 핀크, 쿠팡 등 4개사를 불러 “충전금 잔액(평균잔액)에 이자를 주는 것은 유사수신 소지가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대신 “충전 횟수나 충전금으로 결제를 할 경우 주는 포인트, 쿠폰은 문제가 안 된다”며 가이드라인을 줬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가 물품거래를 기반으로 금전거래를 하는 것은 유사수신이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금융위 판단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논란은 2016년에 시작됐다. 전자금융업자인 A 업체가 금융위원회에 고객의 선불충전금에 대해 보유 기간에 따라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지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이자 등을 지급하는 게 은행법상 문제가 되는지도 물었다. 금융위는 전자금융업자가 보유기간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은행법상 별도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회신했다.

2년여가 지나 B 업체가 비슷한 취지의 유권해석을 재요청했다. 고객의 선불충전자금을 받아 적금으로 운용한 뒤 포인트, 할인쿠폰을 주는 게 유사수신인지 질의했다. 수사기관이나 사법당국의 조사와 판단이 중요하지만 ‘유사수신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적용법이 달라서다. 2016년은 전자금융거래법상의 해석이었고, 2018년에는 유사수신행위법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다. 최근엔 C사가 다시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가 중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이자의 50배 주는 핀테크업체=유권해석이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사이 핀테크 업체들은 사실상의 이자를 주면서 덩치를 키웠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3일부터 ‘페이머니’를 미리 쌓아두면 1원부터 최대 50만원까지 보유 잔액에 연 1.7% 금리 수준의 ‘리워드’제도를 시행했다. 결제에 쓸 돈을 넣어두기만 하면 돈이 더 쌓이는 구조다.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도 올해 초 비슷한 유형의 ‘머니백’ 이벤트를 진행했다. 고객이 충전한 선불금에 대해 최대 100만원까지 연 10% 상당의 ’토스머니‘를 매주 입금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토스머니는 다른 계좌로 이체하면 현금과 마찬가지로 인출할 수도 있어 고금리 예금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왔다.

쿠팡은 2월부터 이용자가 ’로켓머니(현금 충전 결제수단)‘를 충전하면 보관 금액의 연 5%를 쿠팡 내 결제 시 이용하는 포인트인 ’쿠팡캐시‘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예컨대 최대 예치금 200만원을 1년 동안 쌓아두면 연 10만원의 포인트가 지급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유사수신 우려를 표명하자 업체들은 저마다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방식을 바꾸는 것을 검토중이다. 카카오페이는 개시 후 채 1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끝마쳤다. 토스는 한 달여 만에 머니백 신청자 모집을 마감했다. 지난달 4일부터는 30만원씩 자동충전을 걸어놓으면 네이버페이 5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만 하고 있다. “잔고에 대한 이자가 아닌 충전 기능의 사용에 대한 포인트 형태의 리워드”라는 게 토스의 설명이다.

쿠팡은 아직 기존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지만 조만간 개편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충전 잔액에 대한 보상이라는 형식에선 유사수신 논란의 대상이지만, 쿠팡캐시가 환금성이 없고 쿠팡 내 ’1개월 내 사용‘ 단서를 단 포인트 성격이어서 카카오페이나 토스처럼 철회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고객이 맡긴 충전금 수천억.. ”법개정 필요“=핀테크 업체가 쌓아 놓은 충전금은 현재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보유한 예수금 성격의 미사용잔액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1298억8900만원, 586억600만원이었다. 1년 새 많게는 세 배 늘었으나 미사용잔액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자금융거래법상 핀테크 업체의 이자 지급에 대해 명확히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핀테크 업체 입장에서도 반길 일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전면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플랫폼 성장을 목표로 하는 다수 스타트업으로선 고객 확대를 위한 새로운 이벤트를 꾸준히 설계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환경 기반의 법·제도와 충돌하는 사례의 발생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만큼, 금융당국이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