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공휴일' 文대통령, 공약 못지키는 이유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공휴일과 겹친 '어린이날'(5월5일)이 지난 6일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날은 쉬는데 '어버이날(5월8일)은 왜 공휴일이 아닐까.

◇1974년까지 어린이날도 평일…어린이날만 공휴일 된 이유?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시키고 행복을 도모하고자 1923년에 방정환을 주축으로 추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1945년 광복 이후에는 5월5일로 정해 행사를 해왔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던 1975년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치면서 어린이날이 법정 공휴일에 포함됐다. 어린이가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고 긍지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자는 취지다.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중 어린이날만 법정 공휴일이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어린이날이 어버이날보다 30년 앞선 일제시대부터 제정돼 먼저 공휴일 지정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나 추정된다.

법정 공휴일은 1949년 규정을 만들 때 연간 총 11일이었지만 1989년에는 19일로 늘어났다. 이후 식목일(4월5일)과 제헌절(7월17일), 국군의날(10월1일) 등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2012년에는 15일로 다시 줄었다. 이에 어린이날과 함께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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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도 공휴일 지정 검토된 바 있어…찬반 팽팽
어버이날은 5월8일로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고 전통적인 효의 미덕을 기리고자 정해진 기념일이다. 1956년 어머니날로 제정돼 1973년에 아버지와 노인을 포함한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어버이날을 기념일로 정하고 카네이션을 다는 의식은 미국의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됐다. 어버이날은 서양의 종교문화와 함께 국내에 유입돼 유교적 효사상과 결합되며 전통적 기념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170여개 국가가 어머니(어버이)날을 지정하고 공휴일 또는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여성차별로 악명 높은 아프가니스탄도 어머니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은 어머니날 외에도 아버지날을 별도로 정해 시행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국민들이 5월의 중요한 날로 어버이날을 꼽지만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은 죄송한 날이 되고 있다"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2월 18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노인복지 차원에서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은 대통령령으로 가능해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 의사를 수렴한 뒤 국회를 거치지 않고서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관보에 게재하면 바로 시행된다.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지정되면 어린이날과 붙여 휴가를 사용할 경우 황금연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어버이날 휴일 지정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경제적 부담이 크고 명절 연휴와 같은 괴로움을 주는 것"이라며 "(어버이날이) 휴일이 되면 양가를 또 가야하는 부담감이 물리적, 경제적으로 늘어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 어르신과 자식도 많을 것"이라며 어버이날의 공휴일 지정을 반대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효도의 날을 의무로 정하는 것은 과하다. 취준생, 부모를 여읜 자식들, 자식을 앞세운 부모, 독거노인, 가난한 사람, 고용주 등에게 부담"이라고 밝혔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산업생산과 경제활동에 차질이 생긴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있지만 연휴에 여가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지 않느냐"며 "개개인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올해도 어버이날(5월8일)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4월11일)과 함께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두 날 모두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