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vs법정관리', 싸우는 대신 협력한다

기업 워크아웃에 재산보전처분을 도입하고 법원 회생제도(법정관리)에는 신규자금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기업구조조정의 양대 축인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단점을 각각 보완하는 것이다. 특히 워크아웃의 주체인 금융권이 법정관리의 성공사례 창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구조조정 제도 점검 테스크포스(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국회가 지난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연장하면서 부대의견으로 제시한 "기촉법의 상시화 또는 통합도산법으로의 일원화를 포함한 기업구조조정제도의 종합적인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작업이다.

금융위는 그동안 법원측과 실무협의를 통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중 어떤 제도가 더 우월한지에 평가가 아닌 실질적인 제도개선에 초점을 맞춰 TF를 운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워크아웃 제도에 재산보전처분 도입을 검토한다. 재산보전처분이 도입되면 워크아웃이 결정된 기업의 채권이나 자산을 맘대로 회수할 수 없게 된다. 법정관리에는 있지만 워크아웃엔 없는 제도다.

반면 법정관리의 단점인 신규자금 지원은 활성화한다. 현재도 신규자금을 투입하는 DIP금융 제도가 존재하지만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에 신규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에 비해 법정관리의 성공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올해 중 시범사업으로 20억원 정도를 DIP 금융으로 지원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과 DIP 기금을 마련해 300억~500억원을 법정관리 기업에 운전자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법정관리 인가 전 M&A(인수합병)에도 채권단과 정책금융기관의 협조를 강화키로 했다. 현재는 법원이 기업회생을 위해 M&A를 추진할 경우 보증기관이 반대하거나 채권은행이 채권을 매각해버려 M&A가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기관은 예상회수율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M&A에 반대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채권은행들도 M&A 추진 중에는 일정기간 채권 매각을 보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PEF(사모투자펀드)에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의 LP(재무적 투자자) 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제도 개선과 성공사례를 축적하면 두 제도를 통합할지 아니면 각각의 제도를 유지하면서 기업 상황에 맞게 적용할지에 대한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제도가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기업들의 회생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생산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모범적인 기업회생 사례를 만들고 이를 모델로 기업회생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데 금융당국과 회생법원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제도개선과 별개로 기촉법의 효과 분석, 기업구조조정 제도와 관련한 국내외 입법사례, 개편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도 병행한다.

금융위는 연구용역 결과와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의 최종안을 내년 초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