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일자리·근로시간 모두 줄였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취약업종에서 일자리와 근로시간이 모두 줄었다는 정부의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영세기업일수록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시 영세기업과 취약업종의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1일 고용노동부가 고용노사관계학회에 의뢰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조사한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시간과 고용 모두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들은 초과근로시간 단축, 휴게시간 연장 등을 통해 근로시간을 줄였다.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은 가치창출이 낮은 시간대를 휴식시간으로 뺐다. 음식업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의 영업을 없애는 방식도 발견됐다.

도소매업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기에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라 시급 역시 많이 늘었다. 다만 근로시간 감소로 총소득 증가율은 시급 인상률만큼 높지 않았다. 음식업과 숙박업 역시 시급은 많이 늘었지만 근로시간 조정을 통해 총급여 증가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경기가 안 좋은 공단 내 중소제조업과 자동차부품 제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조업 단축과 함께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고정자산 투자규모와 구인난 등으로 인력을 줄이기 어렵기에 고용감축 대신 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는 고용 감축과 근로시간 단축이 동시에 나타났다. 또한 사업주가 자신의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가족노동을 늘려 총 노동량 감소에 대응하기도 했다.

또한 자동차부품업 중 꽤 많은 기업들은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리는 등 임금구조를 개편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사업 강화, 신규 아이템 개발 시도 등의 노력도 발견됐다. 일부 제조업은 새로운 설비를 도입해 노동생산성을 제고하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노용진 교수는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업종, 기업의 특성과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때 경제의 전반 상황과 함께 취약업종과 영세기업의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중소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며 "원청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기계화나 자동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제고가 제한적이므로 판로확대 지원이나 온라인 마케팅 등 영업능력 강화 지원이 필요하다"며 "제조업에서는 일터 혁신과 기술혁신 지원 등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번 연구 결과가 취약업종별 각 20개 안팎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FGI, Focus Group Interview) 방식이기에 일반화하거나 다른 업종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