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업지역이 SNS '핫플'로… 땅값은 2배 껑충

연무장길에 위치한 대림창고 /사진=송선옥 기자

“성수동 대로변은 3.3㎡당 1억이 넘어요. 연남동보다는 조금 높고 홍대 메인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지요”(실거래가 정보플랫폼 ‘밸류맵’ 관계자)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지는 꽤 됐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성동구의 2019년도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전년대비 기준)은 15.36%로 중구(20.49%) 강남구(18.74%) 영등포구(18.20%) 서초구(16.49%) 등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8.14%를 기록하며 용산구와 함께 자치구 중 공동 3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순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커피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미국 커피전문점 브랜드 ‘블루보틀’이 강남이 아닌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내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준공업지역이 SNS ‘핫플’로=성동구의 공시가를 끌어올린 지역 중 하나로 거론되는 연무장길은 지하철 2호선 뚝섬역을 지나 성수사거리에 이르는 대림창고 라인의 골목이다.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사용됐고 1990년부터 실제 창고로 쓰였던 대림창고는 2016년 갤러리 겸 카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면서 성수동의 변신을 알렸다.

대림창고의 변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수동은 구로와 함께 금속가공, 기계, 인쇄, 수제화 산업 등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소규모 제조업 중심지역 중 하나였다.


노동력을 구하기 쉽고 임대료 등이 상대적으로 싸며 시장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것 등이 서울 시내 준공업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고 공장들이 집값이 더 싼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지역의 활기도 잃는 듯했다. 그러나 젋은 예술가들이 임대료가 낮은 빈 창고를 리모델링해 공방 카페 스튜디오 등으로 꾸미면서 ‘서울의 브루클린’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

SNS에서 유명한 공방이나 식당 옆에 구두 굽이나 피혁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문 상가를 비롯해 미장원, 자동차 정비업체 등이 공존하고 있었다.

연무장길 모습. 구두 전문 상점과 카페 공방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집값 2배로 껑충… 거품도 많아”=여기에 서울시가 2012년 ‘성수동 구두제화 활성화 방안’이라는 산업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2014년 성수동 지역을 근린재생형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동네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준공업지역이 개발 논리를 벗어나 도시재생과 결합한 것이 성수동의 본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오늘날의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또 강남과 가까우면서도 땅값이 비교적 저렴해 지식산업센터가 잇따라 세워지고 여기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하면서 젊은 인구의 유입이 많아진 것도 상권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근 분당선 서울숲역 개통도 호재로 작용했다.

연무장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예전엔 지하철 2호선 뚝섬 성수역과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가 텅텅 비었는데 출퇴근 시간 때는 100m가량 줄이 늘어설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색다른 분위기에 유동 인구가 늘어나니 땅값도 크게 변했다. 밸류맵 분석 결과 2014년 연무장길 실거래 토지 평단가는 3.3㎡당 2535만원이었으나 올해는 6834만원으로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연무장길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5년전 3.3㎡당 1900만원 하던 땅값이 5000만원으로 뛰었지만 집값 거품도 심하다”며 “젊은 유동 인구가 많지만 임대료가 비싸고 장사가 잘 되는 곳만 잘 돼 상가 손바뀜이 많다”고 귀뜸했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린 현상) 현상이 발생하지만 성수동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은 곳으로 꼽힌다.

성동구가 2016년부터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상생협약을 추진하고 서울시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소 진출을 제한하는 ‘뚝섬 주변 지역 지구단위 계획 결정 변경안’을 가결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피할 수 없었다.

1980년대부터 연무장길에서 상가를 빌려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건물이 팔릴 때마다 임대료가 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동네가 유명해지기 직전 집을 판 집주인이 화병에 걸렸다거나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간의 불화도 빚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동네가 스스로 갈 길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며 씁쓸해 했다.

연무장길 모습. 허름한 건물 안에 공방 옷가게 카페 등이 영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