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연맹 왜 이러나?…박태환 포상금 논란에 '땜방 운동복'

【광주=뉴시스】 고범준·최진석 기자 = 15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구 남자 조별리그 1차전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를 찾은 한국 대표팀 선수(오른쪽 사진)의 트레이닝복에 테이프 대신 한국의 국가명인 KOREA가 새겨져 있다. 사진 왼쪽은 전날인 14일 한국 우하람 선수의 트레이닝복의 회사 상표를 가리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 놓은 모습. 2019.07.15. [email protected]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KOREA'가 적힌 운동복을 받지 못해 테이프로 운동복 업체 상표를 가린 ‘땜빵’ 운동복을 입고 시합에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전에도 각종 논란에 휩싸여 관리단체로 지정됐던 대한수영연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지난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에 출전한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은 등 부분에 회색 테이프를 여러 겹 붙인 운동복을 입고 나타났다. 이날 결승에 오른 선수 12명 중 나라 이름이 없는 운동복을 입은 선수는 우하람뿐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트레이닝복에는 중국(CHINA), 멕시코(MEXICO) 등 각국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테이프로 임시로 땜질한 우하람의 트레이닝복이 더 눈에 띄었다. 이 장면은 FINA TV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번 사태는 수영연맹의 운동복 계약이 혼선을 빚어서 일어났다. 연맹은 그동안 A사와 후원 계약을 해 왔는데 이 계약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이후 연맹은 다른 브랜드와 새 후원 계약을 맺기로 의결했으나 일부의 반대로 계약이 무산됐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1일 연맹은 다시 A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A사는 국가대표 선수 전용 용품을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연맹은 A사의 일반 판매용 용품을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만든 용품들이었다.


당연히 운동복 등에는 KOREA가 아닌 A사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회사 로고가 크게 새겨진 옷을 입는 것은 국제 대회 로고 규정에 위반되는 상황. 연맹은 궁여지책으로 선수들의 등에 테이프를 붙여 내보내야 했다. 이번 납품 논란과 관련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서 열린 첫 국제 수영대회, 어설픈 경기운영 ‘도마’

【광주=뉴시스】 고범준 기자 =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경기에 출전하는 한국의 우하람(왼쪽 세번째)이 각 국 선수들과 입장한 가운데 우 선수 상의 트레이닝복 뒤 운동복 상표가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2019.07.14. [email protected]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국제 수영대회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대회에 대한 연맹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영연맹이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 만이 아니다. 수영연맹은 박태환 선수의 포상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연맹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각각 금 1억원, 은 5000만원, 동 3000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박태환 선수는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연맹은 해가 바뀌는 동안에도 포상금을 주지 않았다. 연맹은 박태환 측에 알리지 않고 이 돈을 다이빙 유망주의 해외 전지훈련 비용에 쓰기로 의결했다.

이 문제는 외신에 소개돼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수영연맹은 2013년 5월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런던 올림픽이 1년6개월 지난 뒤에야 5000만원의 포상금을 입금했다.

이어 터진 연맹 임원 비리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2016년 3월 대한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당시 회장이 최근 IOC 위원이 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