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 공포 눌러…추세 반전은 아직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주 중반 미국 채권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가 역전되며 불거졌던 경기침체 공포가 다소 진정되고 미중 무역전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06.62포인트(1.20%) 오른 2만5886.0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41.08포인트(1.44%) 상승한 2888.6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29.38포인트(1.67%) 뛴 7895.99에 마감했다. 초대형 기술주 그룹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도 모두 올랐다. 특히 애플은 2.3% 넘게 상승했다.

이날 미국 초장기 국채인 30년물 금리는 2%대를 회복했다. 전날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10년물 국채 금리도 1.5%대로 다시 올라왔다. 최근 10년물 금리를 넘어섰던 2년물 금리는 반대로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 차이를 약 7bp로 벌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 압박 수위를 조절해 나가면서 국내 증시도 차츰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1일부터 3250억달러(약 40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으나 추가관세 부과시점은 12월 15일로 연기됐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히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한국 등 신흥 아시아 증시의 반등시도는 유효하다는 판단"이라며 "'R의 공포'보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가 심리적 불안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 안도감에 근거해 코스피의 기술적 반등시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코스피 2000선 회복 시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코스피지수의 바닥통과, 추세 반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이번 장단기물 금리 역전이 실제 경기침체의 예고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반전되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기 악화가 비제조업 경기 침체로 확산돼야 하고, 고정자산투자 둔화를 넘어 고용과 소비의 악순환적 침체가 초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여름 미 국채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의한 경기침체 예고의 진위를 확정하기는 무리"라며 "다만 2020년 후반 경 침체로 반전될 수 있는 일부 조짐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이 주목한 지표는 미국 기업 GDP 계정상의 기업이익(재고평가와 자본소비 조정 없는 세후 기준)과 비금융기업의 이익마진이 2014년 이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점이다.

지난 1분기 미국의 기업이익은 당초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에서 2.0% 감소로 4.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비금융기업의 이익마진은 12.9%에서 10.7%로 낮아졌다.

이 팀장은 "2020년 후반 경에 경기침체의 완성판인 고용과 소비의 악순환적 침체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며 "해당 시기까지 진행되는 경제여건의 변화가 실제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