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파동·IMF·금융위기 빼곤 '1%대 연간성장률'은 없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2%대 성장이 멀어졌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재정 집행률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소비·투자·수출 부진으로 녹록지 않다.

3분기 성장률(전기대비) 0.4%는 당초 당국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설정하면서 기대한 0.5~0.6%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남은 4분기 성장률이 0.6%면 연간 성장률은 1.9%, 그 이하면 1.8%에 그친다. 석유파동이나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성장률이 마이너스나 0%대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1%대 성장률을 달성한 적은 아직 없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성장률 1%대 가능성 상승' 보고서에서 연간 성장률이 2%를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현대연 연구위원은 "저성장 흐름이 계속되면서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계속할 것 같다"며 "재정은 이미 2분기에 많이 지출했고, 남은기간동안 쓸 여력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통상 4분기에 재정을 많이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2% 달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라며 "민간에서 활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소비와 투자, 순수출 모두 부진해 당분간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3분기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전기대비)은 0.2%포인트였다. 전분기 -0.2%포인트에서 플러스로 전환했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선박 등 수출물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1.3%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뼈아픈 것은 민간소비다. 3분기 민간소비 성장기여도는 0.0%포인트였다. 성장에 대한 기여는 없고 현상유지만 했다는 얘기다. 여름철 비교적 날씨가 선선해 전기 사용량이 줄었고, 대일갈등과 홍콩시위로 국외소비도 줄었다. 정부가 고교 3학년 대상 무상교육을 실시하면서 민간소비가 정부소비로 이전되는 효과도 있었다.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1.7%로 1~3분기 누적 평균 증가율 1.9%를 밑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이례적인 요인으로 민간소비 둔화세가 가팔라보이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둔화되는 흐름은 맞다"며 "경제심리 차원에서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는 다소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진했다. 3분기 건설투자,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 기준)은 각각 -3.0%, -2.7%였다. 올해 1~3분기 누적 평균 증가율은 건설투자가 -4.4%, 설비투자가 -9.4%였다.

내년은 올해보다 상황이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1%대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 2.2%로 제시했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 대비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사이클상 2017년 3분기 정점을 찍었다면 지금쯤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투자 조정이 더 지속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기반등을 확실히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저성장이) 단순한 경기 사이클 문제가 아니라 성장능력이 낮아지는 걸 보여주는 것 같고 장기적으로는 1%대 성장이 일반화되는 시기가 될 수 있다"며 "인구구조가 악화되고, 세계경제구조가 서비스업과 내수 중심으로 바뀌며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