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휴전' 합의한 트럼프-마크롱의 속사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AFPBBNews=뉴스1

미국과 프랑스가 '휴전'에 합의했다. 프랑스는 디지털세를 올 연말까지 유예하고, 미국도 와인세 등 보복을 안 하기로 하면서다.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싸움을 할 여유가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문제해결을 미국 대선 이후로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디지털세에 대해 훌륭한 논의를 했다"면서 "우리는 모든 관세의 인상을 피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디지털세와 관련한 성공적 협상을 마쳤다"면서 "양자간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올 연말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통해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11월 대선인데… 새 전쟁 부담스러운 트럼프

지난 19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전미농민연합 총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이번 휴전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할 여유가 없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대규모 보복관세가 부담스러운 프랑스의 입장이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또다른 분쟁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이미 지난해부터 프랑스에 대한 와인세 경고 이후 미국 내에서 와인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는 등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데다가, 본인도 유럽이 중국보다 더 까다로운 협상 상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전미농민연합 총회에서 "유럽은 많은 면에서 중국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대"라고 말하며 지난 2년간 끌어온 미중 무역협상보다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21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탄핵재판도 부담거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탄핵문제를 덮을 만한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막 연설에서 자신의 최대 성과인 미중 무역합의를 거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본다.

이미 지난 2주간 디지털세 관련해 물밑협상을 해온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다보스포럼에서도 만나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프랑스 때문에 전면전? 부담스러운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BBNews=뉴스1

마크롱 대통령 역시 미국의 보복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프랑스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관세 전면전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 애플과 구글 등 미국 IT(정보기술) 공룡들을 상대로 3%의 세금을 물리는 디지털세를 EU 국가 중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에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과 치즈, 화장품 등 63개 품목 24억달러어치에 최대 100%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위협했다. 그러자 EU가 공동대응하겠다며 프랑스에 힘을 실어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등 전방위적인 관세보복으로 맞섰다.

EU는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새 무역협상을 홀로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거리다. 미국은 지난 15일 1단계 미중 무역합의를 마쳤고, 이튿날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안의 상원 비준도 받았다.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과도 새로운 무역협상을 모두 마쳤다.

마크롱 대통령도 최근 이러한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6일 "미중 무역합의가 새로운 미국과 유럽간 긴장을 열진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유럽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등 2000억달러어치를 구매키로 한 합의내용을 거론하며 유럽 역시 비슷한 처지에 처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