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면한 기업들 "운전자금난·대형마트 규제 해결해달라"

은평구보건소 방역팀이 27일 서울 은평구 서울재활병원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재활병원은 의료진의 신종 노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인해 폐쇄됐다. (은평구보건소 제공) /사진제공=뉴스1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재계는 정부를 향해 재정지원 확대와 유통업 한시적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인 결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한결 악화되면서 대한상의는 14만 회원사를 대상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취합해 이를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대한상의가 지금까지 취합한 기업들의 경영난은 크게 △운영 자금난 △마스크 등 방역 장비 부족 △코로나 국면과 어울리지 않는 규제 3가지로 압축된다.

중견·중소기업은 당장 자금난이 큰 걱정이다. 정부가 지난 7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금융지원 자금 2조원을 풀기로 했지만 이 자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상당수여서 여전히 자금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A기업의 경우 중국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지 부품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국내에서 완성품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이에 따라 이 기업은 판매량 감소→매출감소→자금난으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공장 가동을 못하고 있는데 당장 임금은 줘야 하는 상황이라 수개월 후 자금난이 걱정스럽다"며 "정부가 정책자금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선별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운영자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상의를 통해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려는 기업 문의는 지난달 7일 이후 열흘만에 1만7000건이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기업 문의는 끊이지 않아 지난달 말까지 문의 건수는 수 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용 마스크 수급 걱정도 기업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도 소재 B기업은 공장 자동화로 생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나눠줄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늘 불안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고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면서 유통업계에 현재 적용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2항(대규모점포 영업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요청도 많다.

관련 법에는 상생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공휴일 이틀을 의무적으로 쉬도록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C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객들이 오프라인 마트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주문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영업제한은 그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유통업계가 개점휴업 상태인데 이러한 의무휴무는 한시적으로 폐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로 일상용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대형마트의 배송 제한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쿠팡 같은 온라인 매장에서는 공휴일에도 주문과 배송이 가능하지만 대형마트는 휴무일 배송이 제한 받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의 애로 사항들을 일괄적으로 접수해 금융부문은 금융위에, 제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즉시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정부 건의와 별도로 스스로 알아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이 현지 중간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로가 많다는 점을 정부에 전달했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