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혈장치료'로 중증 코로나19 완치"…국내 첫 성과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문 환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2020.02.25. [email protected]

국내 처음으로 혈장치료를 받은 코로나19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최준용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7일 코로나19 위중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환자 2명 모두 완치됐으며 그 중 한 명은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환자들은 모두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동반해 위중한 상황이었다. 김모씨(71, 남)는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김모씨가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영상.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혈장치료 후 나아지고 있다./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도착 당시 김 씨는 호흡곤란과 흉부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고,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 또한 정상 수치보다 20배가 넘게 상승했다.

이에 연구팀은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ml를 김씨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혈장치료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후 김씨는 열이 내리고 CRP도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흉부 X-ray 검사 상 양쪽 폐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부작용도 특별히 없었다. 현재 김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혈장 치료를 받은 이모씨(67, 여)는 평소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는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3일째 호흡 곤란과 함께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이 씨의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평균에 못 미치는 93%로 나타났다. 면역결핍과 높은 염증수치를 기록했고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모씨 역시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있던 폐렴 증상이 사라졌다./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이 씨 역시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했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지만 림
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했다.

이씨 역시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 받았으며,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이후 림프구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ray 검사에서 폐의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씨는 완치 판정을 받고 3월 말 퇴원했다.

최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며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같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조합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완치자가 항체를 가지는 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 확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 모집, 혈장 확보를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