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커지는 어닝쇼크 우려..."IT·플랫폼株로 방어"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뉴욕=AP/뉴시스]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전광판을 보고있다. 2020.03.10

미국 대형은행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10% 하락하는 반면 넷플릭스, 아마존 등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이 적은 IT·플랫폼 기업들은 선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 500 기업, 1Q 예상익 10%↓·2Q는 20%↓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 JP모건,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은 모두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JP모건의 순이익은 69%, 웰스파고는 89%,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46%,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5%가 급감했다. 특히 JP모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은 미국의 4대 대형상업은행들이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텐리와 함께 투자은행의 투톱이다.

금융주들의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기업, 개인의 파산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각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부실 가능성이 커졌고, 실업자도 늘어나면서 개인 카드 대출의 연체도 증가하고 있다. 경제지표도 빨간불이 켜졌다. 3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8.7%가 하락해 예상치 -8%보다 낙폭이 컸다. 4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도 예상치 -32.5를 뛰어넘은 -78.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주 뿐 아니라 전체 기업의 실적 눈높이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올 1분기 S&P 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5년 만의 역성장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9.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특히 에너지(-51.5%), 경기 소비재(-33.1%), 산업재(-28.9%) 등의 실적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은 더욱 어둡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2분기에는 실적이 20%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15일 뉴욕시장에서는 JP모건은 4.9%, 웰스파고는 4.6%, 씨티그룹은 8.5%가 미끄러졌다. 엑손모빌도 7.7%, 캐터필라는 4.2%, BP는 6.7%, 듀퐁은 7.4% 하락했다. 이날 S&P500지수는 2.2% 떨어졌다.

IT·플랫폼株 실적 하락폭 적어…"종목 선별 투자 해야"

반면 IT·플랫폼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상황이다. 올 2분기에 넷플릭스는 2.6%, 마이크로소프트는 5.2%, 아마존은 9.6%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마존은 1.1%, 넷플리스는 3.2%가 상승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22일에, 아마존은 24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엔디비아는 20.3%, 애플은 21.4% 하락으로 시장 평균 수준이었다. 다만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페이스북은 2분기에 이익이 34%,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34.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 지수가 상승세를 보여 S&P500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14일 기준 PER 18배로, 지난 5년 평균인 16.7배를 넘어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수보다는 개별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1분기에는 가이던스조차 없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는 숫자를 발표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S&P500 내에서도 실적기대감은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크다"며 "실적의 영향을 덜 받는 IT 등 기술주는 불안감이 높은 어닝시즌에서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