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석유기업도 적자 쓴 맛…'휴가철 효과' 기대 이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글로벌 1위 정유기업인 중국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도 코로나19(COVID-19)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7~8월 '드라이빙 시즌' 실종으로 하반기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들린다.

시노펙, 사상 첫 상반기 순손실…적자 못 피한 메이저 기업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노펙은 올 상반기 217억2500만위안(3조772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322억600만위안) 대비 대규모 적자 전환이다. 2000년 홍콩 증시 상장 이래 최초의 반기 적자이기도 하다.

시노펙은 글로벌 최대 석유회사로 지난해 매출액만 2조9700억위안(515조7000억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시노펙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조치와 유가 폭락으로 사상 첫 반기 적자를 냈다"며 "항공유에서 가솔린에 이르는 거의 모든 석유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던 글로벌 메이저 석유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적자를 발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다시금 수치로 확인했다.

미국 1위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올해 상반기 16억9000만달러(2조65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중국에 이은 글로벌 2위 석유기업 로열더치셀도 181억5500만달러(21조5355억원)의 유례없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도 당기순이익 232억달러(27조5291억원)으로 흑자는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469억달러) 대비 이익이 반 토막 났다.

한국 정유업체 빅 4사도 최악의 반기 실적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 (109,700원 ▼700 -0.63%), S-Oil (69,500원 ▼100 -0.14%), 현대오일뱅크, GS (44,900원 0.00%)칼텍스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총 5조1017억원으로 사상 초유의 적자를 냈다.

"여름철 국내 이동 증가 기대했었는데…" 드라이빙 시즌 실종에 업계 시름 '여전'

/사진=뉴스1

국내 정유업체들은 하반기 이후 업황 개선을 기대했지만 그마저 불투명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이동이 여전히 막힌데다 7~8월 국내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국내 이동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며 "긴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유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석유제품 전체 소비량은 731만배럴로 연초(809만배럴) 수준에 못미쳤다. 항공유 급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이 기간 항공유 소비는 341만배럴에서 195만배럴로 42.8% 줄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수요는 615만배럴에서 716만배럴로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치 이전이어서 8~9월 수치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여름철 석유 수요가 실망스럽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용 가솔린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심화되기 직전인 3월 중순 하루 970만배럴에 달했지만 4월 초에는 507만배럴까지 떨어졌다. 최근 920만배럴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3월 중순에는 못 미친다. 지난해 여름 시즌 최고치였던 1000만배럴과도 확연히 대조를 이룬다.

WSJ는 "많은 회사들이 사무실 재개 계획을 지연했고 많은 대학들이 여전히 원격 교육을 병행하는 형태로 개강했다"며 "연료 수요의 느린 증가세는 경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단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내수 이동이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8일 "8월 둘째 주 중국 내 항공 예약은 지난해의 98% 수준에 도달했다"며 "9월 초까지는 중국 내수 항공시장은 완전히 회복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