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세금 15조…'1인당 30만원' 전국민 위로금 검토 논란

여당이 올해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추석 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민에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15조원을 투입한다면 1인당 30만원씩 지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추가 세수를 취약계층 지원이나 재정건전성 개선, 교육·R&D(연구개발)·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쓰는 대신 '대선용 돈풀기'에 활용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급물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31. [email protected]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계획대로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접종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를 유지한다면 3분기 이후에는 일상 회복의 지름길이 열린다는 전문가의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여름에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추가 재정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올해 2차 추경 편성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당정 간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현재 "추경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필요하다면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지시한 만큼 추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당과 정책협의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는 다음달 중하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인데, 여기에 추경 관련 계획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추경을 통해 지난 2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국민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은 가구별로 4인 가족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번에는 개인별 지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일각에서는 1인당 30만원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 경우 단순 계산으로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최대 100만원(4인 이상 가구)씩 전국민에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이 14조3000억원 규모였다.

여당은 올해 세수 여건이 양호해 추경을 편성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69조5000억원보다 19조원 더 걷혔다.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양도소득세가 많이 걷혔고, 기업 실적 호조로 법인세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국세수입액은 기재부가 예상한 282조7000억원을 크게 웃돌아 3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0조원이 넘을 경우 지난해 연간 국세수입액 285조5000억원보다 약 15조원이 더 걷히는 셈이다. 올해 세입 예산 283조원과 비교하면 17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생긴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져서 세수 여건이 양호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올해 연간 국세수입액이 기존 예상치를 넘을지 여부에 대해선 현재 상황에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선 앞두고 '선심성 돈풀기' 논란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제3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28. [email protected]

추경 편성이 결정되면 지난해 4차례 추경과 올해 1차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선별·보편 지급' 논란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꾸준히 보편지급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건전성, 소비 진작 등 정책 효과를 고려해 피해계층만 선별 지원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이 선별지급에 무게를 싣는 것은 여당으로선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가운데 소비로 이어진 것은 26~36% 수준에 머물렀다. 설령 소비로 상당부분 이어지더라도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4%대 성장률이 거론될 만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경기를 활성화할 때는 전혀 아닌 것 같다"며 "국가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만큼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선심성 돈풀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추가 세수는 훼손된 재정건전성 회복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돈을 직접 뿌리는 것은 재원 소모가 많은 반면 정책 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백신 보급으로 대면 소비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세금이 들어온 부분은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보완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맞다"며 "세금이 많이 걷혔다면 원인을 생각해보고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