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아버지까지…'가족 리스크' 대선판 흔드나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가족 리스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주요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친의 집을 화천대유 관련자가 매입한 사실이 29일 드러났다.

화천대유는 성남 대장동 개발 시행사. 앞서 곽상도 의원(무소속)의 아들이 이 회사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사실은 '대장동' 논란의 방향을 바꿀 만큼 파장이 컸다. 대개 정치인 본인이 아닌 가족의 일은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가족 관련 의혹제기에 당사자들은 각종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단독주택 급매 처분에 의혹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예비역 병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1.9.29/뉴스1

29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2019년 자택을 19억원에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매수자는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모씨의 누나이자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3호의 이사다.


열린공감TV는 30억원 가량인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점, 매매 당시 윤 전총장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상황 등을 이유로 "윤 전 총장이나 아내 김건희씨가 김모씨의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한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거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의혹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했기 때문에 김모씨의 신상이나 재산관계에 대해 몰랐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이유는 윤 교수의 건강상 이유로 급처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윤 교수의 단독주택이 거래된 건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기 불과 40일여전"이라며 "보험인지 뇌물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증거를 없애기 전에 빨리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장동 개발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가 매입 또는 고가 매도를 할 수 있게 이득을 준 게 아니고, 그냥 매매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김모씨와) 친인척 관계라는 것"이라며 "이 정도로는 국민이 왜 이런 지적이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부인과 장모 관련 리스크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상도 아들…알고보니 조기축구 '히어로'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사진은 지난해 11월 당시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시절 곽상도 의원이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인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이날 곽 의원은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 받았으나 최근 탈당하자 지역에서는 내년 대구시장 도전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반응이다. 2021.9.28/뉴스1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는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서 일했다. 최근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커지자 곽 의원은 지난 26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곽씨는 과로로 발생한 이명과 어지럼증 등에 대한 위로금 성격이 크다고 해명했다. 곽 의원 역시 "6~7년 아들이 회사에서 일하고 나름대로 기여한 것은 맞는데 일확천금한 것처럼 박하게 평가하면 안 된다"며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들끓었다. 위로금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3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보다 많은 퇴직금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건강상 이유로 퇴직했다던 곽씨가 최근까지 조기축구에 활발히 참여했단 주장이 나왔다.

곽씨가 소속된 조기축구 모임 게시판에는 '곽씨가 중심이 돼 공격을 이끌었고, 경기의 히어로가 됐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50억원 산업재해면 전신마비도 부족한 판에 조기축구까지 하나' '산재니 성과급이니 다 헛소리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경북 경산에서 국민의힘 '영남캠퍼스 총회'를 열고 "(곽 의원의) 해명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곽 의원은) 초등학생인 대통령의 손자의 학적부까지 공개했다"며 "본인 아들의 문제로 탈당까지 하고, 국민의힘에서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 받고 있다. 많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노엘 논란에 장제원 곤혹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있다. 2021.9.24/뉴스1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대선후보는 아니지만 아들인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의 일탈로 곤혹스럽다. 노엘은 지난 19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음주 측정을 하려는 경찰을 폭행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지난 2019년 음주운전 사고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노엘은 집행유예 기간 또 사고를 낸 것.

장 의원은 "아버지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윤석열 캠프 종합상활실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으로서 이번 아들과 관련된 사건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장용준 아버지 장제원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한다'는 제목의 청원에 현재까지 18만9874명이 동의, 20만명에 육박했다.

이처럼 부모, 자녀 등 가족 관련 리스크는 대선이 다가오자 더욱 파급력이 커지는 모양새다. '공정' '부동산'처럼 민감한 이슈를 건드릴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정치권에선 여권 역시 주요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