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이자 뛰는데 세금까지…'삼중고'에 허리 휘는 서민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뛰면서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기름값을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미국의 긴축,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요구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까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금과 준조세까지 서민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판매 가격은 리터(L)당 1667.6원으로 지난달 첫째주(평균 1622.35원)보다 한달 만에 45.25원 뛰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름값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세계적인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고조 탓에 곡물 가격도 불안하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매달 발표하는 FFPI(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1월 135.7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가 상승률이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6% 오르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율을 기록했고,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변수가 서민 경제를 옥죄는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과 정치권의 추경 증액 압박으로 인한 국고채 금리 상승이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까지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추경 규모가 늘어나면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은 대출이자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p)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3년물 국고채는 전 거래일 대비 0.046% 오른 연 2.283%으로 거래를 시작했고 10년물 역시 연 2.6~2.7%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이 지난 7일 국고채 2조원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단순매입했지만 시장 안정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부터 5년간 고용노동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근로자 월임금이 2016년 310만5000원에서 지난해 365만3000원으로 17.6% 인상되는 동안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은 같은 기간 36만3000원에서 50만7000원으로 3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번듯한 일자리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6만9000명 증가했다. 2020년 감소폭(21만9000명) 이상을 만회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완전한 회복이라고 자평하기엔 이르다. 취업자 수 증가는 단기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19.9%)에서 이후 2020년(24.6%) 높아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모든 정책에는 비용 편익이 있는데, 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하면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문제가 생기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만큼 적정 수준에서 지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면서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정치가 경제를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현재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간 조합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 후유증은 결국 국민들이 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