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뒷심보여준 韓 수출, 역대급 실적에 '깜짝 흑자'까지

한국 수출이 지난달 539억달러(약 71조5000억원)를 돌파하면서 월간·일간 최대 실적을 새로 쓴 배경에는 반도체와 철강, 휴대폰 등 수출 효자 품목의 월말 '뒷심'이 자리잡고 있다. 고유가와 난방수요로 인한 수입액 증가를 상쇄하면서 시장 예상을 깨고 3개월만에 적자 탈출에도 성공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도 2월 수출입 동향에 다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8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4억3000만달러 △올해 1월 48억3000만달러 적자 이후 석달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매달 열흘 단위로 발표되는 무역통계 특성상 무역수지의 흑·적자 여부는 1~20일 수출입 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수출을 월별 주기로 나눠보면 1~10일 실적은 제품 생산을 위한 수입액 증가로 무역적자가 빈번하지만, 20일 이후 실적부턴 수출액이 늘어나며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이 실적 정리를 위해 월말 수출을 집중하는 점을 고려하면 20일 기준 무역수지가 흑자이거나 적자가 0에 가까워지면 월간 흑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세청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2년 2월 1~20일 수출입 현황상 20일까지 무역수지는 16억8000만 달러 적자를 내고 있었다. WTI(서부텍사스산원유) 3월 인도분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데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맞물린 탓에 원자재 수입액이 증가한 영향이다.

국제유가 강세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는 등 수출 여건은 악화된 상태다. 2월 중순까지 반전없는 적자를 낸 데다 올해 1월 50억달러에 육박한 '역대급' 무역적자를 낸 탓에 시장에선 2월까진 무역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1일 공개된 2월 무역 성적표 포함된 '흑자전환' 기록은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이후 조업일수 6.5일 동안 수출이 증가하며 예상보다 빨리 무역 적자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월 중순까지 68억달러에 못 미쳤던 반도체 수출액이 103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깜짝 증가했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세를 보였지만 신제품 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8.2% 증가한 12억7000만달러에 월간 수출 실적을 마감했다.

전통적인 수출 효자인 철강 제품도 20일 기준 전년 대비 16.3% 증가에서 월말 기준 40.1% 증가로 뒷심을 보였다. 여기에 원유와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올해 1월보다 34억6000만달러 감소한 124억8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수출과 수입 두 측면에서 모두 무역수지 개선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이 고유가·동절기 악조건에서 무역적자를 조기졸업했지만 3월 이후 수출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고유가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 주도 대(對)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된 탓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는 등 경제적 제재에 착수했다. 한국도 지난달 28일 이에 본격 동참하기로 하면서 러시아 등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수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CIS 지역 상대 수출은 13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5.6% 증가했다.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CIS 지역 수출액의 73%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정학적 불안에도 일단 2월까지는 수출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요인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수출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무역보험 100조원, 수출마케팅 1100억원 투입 등 올해 상반기 수출지원대책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