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호중 비대위', 시작부터 잡음…계파갈등, 분열 조짐도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2022.3.13/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윤호중 원내대표와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인선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비대위원들이 대거 참여했으나 윤 원내대표의 퇴진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계파갈등 위험까지 있어 비대위가 제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민주, 비대위 인선 완료…2030이 절반
윤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인선을 발표했다. 두 공동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조응천·이소영 민주당 의원, 배재정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채이배 전 의원,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이사와 권지웅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 등이 비대위에 합류했다.


민주당은 비대위 인선에 당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특히 전체 비대위원 절반을 2030세대로 선임했다"며 "박 공동비대위원장의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이야말로 지금 저희 민주당에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 사퇴해야"…일각 '이재명 비대위' 체제 주장
이처럼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아픔을 딛고 쇄신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윤 원내대표의 퇴진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전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비대위 인선 발표 직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윤호중은 비대위원장을 사퇴하고 이재명은 지방선거를 이끌어 달라"며 "방금 비대위 인선 발표를 들었다. 공동비대위원장 박지현은 탁월한 인선이다. 일부 참신한 인물도 보인다. 하지만 윤호중 비대위원장 사퇴가 없다면 소용없다"고 했다.

이어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지방선거는 어차피 질 것이니 윤호중 원내대표로 지방선거를 관리하자는 것이 당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진다는 시각도, 대선 패배 책임자에게 지방선거를 맡기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의원들이 이런 무책임과 패배주의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사퇴 목소리는 민주당이 비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직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이날 비대위 인선 발표 30분 전 소셜미디어에서 "이재명 비대위, 당원들의 뜻이 모인 비대위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비대위는 여전히 안일하고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1.

이 의원은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조차 의견한번 제대로 묻지 않고 개혁과제 미완수에 총체적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삼았다"며 "이는 지방선거마저 미리 포기한거나 다름없다. 지금의 비대위로는 상심한 당원들은 물론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1600만명의 유권자들에게도 책임있는 모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전 후보의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에서 "성공자는 방법을 찾고 실패자는 구실을 찾는다"며 "국민이 만들어서 잠시 맡긴 권력을 내 것인양 독점하고 내로남불 오만한 행태를 거듭하다 심판받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어 버리고 나는 책임없다는 듯 자기 욕심만 탐하다가는 영구히 퇴출당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여러 의원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다"며 "백가쟁명 정당 아니냐. 그런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가운데 가장 훌륭한, 적합한 해법을 찾아가는 게 저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말하는 부분에 대해 평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이재명 후보님의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저희가 지지했던 사람들로서 후보님께 시간을 드리는게 어떨까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 역시도 후보님께서 결정하실 일이라 보고 결정하시면 존중할 생각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계파갈등 경계 중인 민주당…원내대표 선출에 '교황 선출 방식' 도입당내 계파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 하마평에 10여명이 오르내리는 만큼 계파별로 나눠 권력투쟁을 벌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계파갈등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민주당은 비대위 인선에 이낙연계와 이재명계 인사를 고루 배치했다.

앞서 민주당은 계파갈등을 막기 위해 오는 3월25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데 교황 선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입후보 절차를 아예 없애 계파별로 사전 물밑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모든 의원들이 원내대표로 적합한 사람을 적어내 과반 지지를 받은 인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선거 패배 책임을 시인하고 앞으로 더 쇄신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모든 의원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6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지만 우선 다수의 의견이 모여진 방향대로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