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0% 수익? 원금 날릴 판...테슬라 '반토막', ELS 6700억 물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연 30%대 고수익을 제시했던 '테슬라 ELS(주가연계증권)'가 대거 손실 위험에 직면했다. ELS의 기초자산인 테슬라 주가가 올들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녹인(Knock-in, 원금손실 조건)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주식을 기초로 발행된 ELS는 총 8800억원으로 이 중 미상환 규모는 6700억원이다. 테슬라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ELS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물려있는' 상황이다.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기초로 발행된 ELS는 올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증시침체로 수익률이 부진한 주식과는 달리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연 30% 수준의 이자와 원금 지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발행이후 3~6개월에 조기상환을 실시하는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환은 계속 미뤄진다.

테슬라 ELS의 조기상환 조건은 대부분 조기상환일(발행이후 3개월)의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발행가격의 80~85% 이상인 경우다. 조기상환에 실패하면 3개월 단위로 돌아오는 다음 조기상환일에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상환이 미뤄질수록 상환조건은 최초 발행가격의 75%, 70%, 65%, 60% 수준으로 계속 내려간다.

테슬라 주가가 ELS를 매수할 당시보다 4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조기상환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167.82달러로 올해초 대비 58% 하락했다. 중간 중간 반등하면서 조기상환에 성공한 ELS도 있지만 대부분은 조기상환에 실패하고 물려있는 상태다. 테슬라와 같이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엔비디아나 AMD의 주가가 부진한 영향도 크다.

문제는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다. ELS는 녹인만 발생하지 않으면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녹인이 발생하는 순간 ELS의 손실과 이익은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녹인은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발행가격의 40~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다.

일부 테슬라 ELS에서는 이미 녹인이 발생했다. 키움증권이 올해 1월 발행한 '제278회 뉴글로벌 100조'는 테슬라와 AMD를 기초자산으로 연 27.2%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14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하지만 AMD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지난 9월 녹인이 발생했고 현재는 테슬라 주가도 50%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녹인이 발생했기 때문에 약속한 수익률이 아닌 ELS의 기준가가 수익률이 된다. 이 ELS의 기준가 수익률은 마이너스 49.2%다. 만기인 다음달 26일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회복하지 않으면 손실은 확정되고 ELS는 강제 청산된다.

이밖에 현재 녹인이 발생한 테슬라 ELS는 총 461억원 규모다. 대부분 내년 1~4월 만기가 돌아온다.

아직 녹인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상당수 ELS들이 위험 구간에 들어간다. 특히 테슬라 주가가 300달러를 넘었던 올해 상반기에 발행된 테슬라 ELS들의 녹인 위험이 크다. 300달러를 기준으로 녹인 50%는 150달러, 녹인 40%는 120달러다. 앞으로 테슬라 주가가 10~30% 더 떨어지면 녹인이 발생할 수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의 주가 부진이 장기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ELS 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상당기간 투자금이 묶일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행된 테슬라 기초 ELS는 상대적으로 녹인 가능성이 적다"면서도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