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신호, 금융위기 닮은 꼴…안전 자산에 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신호인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역전의 폭이 더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 위험 신호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가리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3.611%로 10년물(3.44%)보다 0.171%포인트 높았다.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지난달 21일부터 하루(12월1일)를 제외하고 지속되고 있다.

채권은 보통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불확실한 미래까지 돈을 오래 빌리면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상황에서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10년물보다 낮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서 채권 시장의 상식이 깨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행한 2008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가 사라졌고, 지난달부터 다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9월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3년물의 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이 역전의 원인이었다면 최근 발생한 금리 역전은 10년물의 금리가 3년물보다 빠르게 빠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향후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의 전망이 반영되면서 10년 만기 국고채에 투자가 몰렸고, 채권가격이 빠르게 오른 것(금리 하락)이다. 금리 역전 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0.08%포인트였던 금리차는 최근 0.17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경기 침체의 신호는 신용스프레드에서도 확인된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 3년물의 금리차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신용스프레드는 1.749%포인트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높다.

신용스프레드가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의미다. 기업이 돈을 시장에서 빌리려면 더 많은 금리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신용스프레드가 1.7%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 전망이 안 좋아지자 자산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채권 시장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27조7194억원 늘었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은 19조5932억원 줄었다.

언제든 꺼낼 쓸 수 있지만 금리가 낮은 수식입출식예금에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 것도 이유지만 당장 그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계와 기업 모두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많이 옮겼다.

경기침체의 신호는 한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고,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배럴당 73.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금리 인상 기조도 내년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보다는 경기를 살리는데 정책 방향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