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로 가전 사세요'…삼성·LG가 중동 모래바람 잠재운다

/사진 = 조수아 디자인기자

양대 가전 제조사가 중동 진출을 서두른다. 현지에 프리미엄 매장을 조성하고 맞춤형 제품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은 높은 구매력과 많은 인구를 갖춰 차세대 가전 시장으로 손꼽힌다. 중국·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의 부진한 실적을 중동발 '구매 폭풍'으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의 중동 시장 실적은 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중동 지역이 포함된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이 8% 이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중국(2조 6395억원)보다 많은 3조 35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각사는 중동시장 공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동 시장은 2023년 기준 4억 8300만명의 인구를 보유했으며, 지리·문화적으로 가까운 14억 인구의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도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동 가전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6.1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다른 국가의 성장세가 0~1%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LG전자는 중동 지역의 초고가 프리미엄 수요에 집중한다. 20년 전부터 8000만원을 웃돌았던 71형 금장 벽걸이 TV를 선보였다. 당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300대가 선주문되면서 '왕족 TV'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지난 4월 두바이에서 열린 'LG 쇼케이스'에도 무드업 냉장고나 액자형 에어컨인 '아트쿨 갤러리', 무선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M 등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마케팅으로 압도적 점유율 1위를 노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두바이 5성급 리조트에 프리미엄 맨션을 설치하고 네오 QLED 8K TV와 비스포크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프리미엄 라인업의 2023년형 제품을 공개했다. 연결 앱인 스마트싱스에는 이슬람 문화에 최적화된 '기도 모드'나 모래바람이 불 때면 청정하게 실내를 관리해 주는 '샌드 스톰' 기능 등 현지 특화 기능이 탑재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6.8%로 1위다. 삼성의 스마트싱스 앱을 사용하는 중동 지역 사용자만 2000만명이 넘는다. LG전자도 21.1%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LG전자가 출하량 기준 78.9%를 점유하고 있는 OLED TV는 올 전년 대비 30% 이상 크게 성장이 전망되면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은 물론 기업간거래(B2B)가 많은 중동 시장 특성상 점유율을 확보하면 곧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중동은 프리미엄 수요층이 견고하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얼마나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느냐가 승부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