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제시카법 오늘 입법예고…"범죄 예방" VS "사각지대 존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가 성범죄 피의자 주거시설을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입법을 예고한 가운데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를 차단할 수 있다고 보지만 여성단체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고위험 성범죄자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 중,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고위험 성범죄자다.

제시카법은 미국 39개 주에서 시행하는 법으로 아동성범죄자 출소 후 학교 등 시설로부터 304.8~609.6m 이내 거주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연방과 주 형법을 통해 보호관찰 준수 사항으로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를 특정 장소로 지정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여성단체와 법조계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는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없는지 △죗값을 치르고 온 사람들에 대해 추가로 주거를 제한할 수 있는지 등을 주요 쟁점으로 내세웠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여성학 박사)은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찾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제시카법을 한국형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유아 성폭행에 관해서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굉장히 엄격한 입장을 국가가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헌법이 물론 사생활을 보장하곤 있지만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엔 어떤 헌법적 권리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제시카법은 사회가 성범죄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 전달하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진희 국선전담변호사 역시 "피해자는 (성범죄자가)출소한 뒤에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며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일어난 범죄 또는 피해자의 주거지를 알고 있는 자가 저지른 범죄라면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일정한 정도의 주거 제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해당 법안이 성범죄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성폭력 신고를 해도 실형이 나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다른 강력 범죄에 비해 낮은데 고위험 성범죄자를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자는 사실상 장소를 가리지도 않는다"며 "학교 근처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충분히 본인 의사에 따라 갈 수 있고 범죄도 저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 원치 않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처벌 강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고 피해자들 역시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 법안은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 성범죄 그리고 세 번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전자발찌 부착하고 10년 이상 형 받은 사람들에 해당하는 법안"이라며 "이 법이 포섭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재범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고 말했다.

수감 중인 성범죄자는 앞으로도 계속 출소할 예정이다. 올해 69명이 출소할 예정이며 2024년 59명, 2025년 59명이 출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