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1주기 썰렁한 이태원, 북적인 홍대…尹 "안전한 나라 만들 것"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정세진 기자
양윤우 기자
최지은 기자
안채원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턴 호텔 앞 삼거리. /사진=정진솔 기자

2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8번출구 앞에서 경찰이 순찰 중이다. /사진=이지현 기자

"과잉단속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핼러윈데이(10월31일)를 앞둔 지난 27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에는 8만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지난해 참사 때문인 듯 매년 핼러윈마다 인파가 운집했던 이태원 대신 홍대 앞 거리에 사람들이 몰렸다. 길거리 곳곳에 핼러윈 축제 관련 포스터가 붙었고 음식점에서는 '핼러윈 세트' 등을 판매했다.

서울경찰청·마포구청·마포소방서 합동순찰단은 혹시 모를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이날 소속 공무원 570명을 홍대 앞에 투입했다. 핼러윈데이 기간 5일 동안 총 2850명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합동순찰단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7번출구 앞 동교3공영주차장에서 지하철 6호선 상수역까지 이어지는 약 1.3㎞ 구간의 골목을 6구간으로 나눠 대부분의 골목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홍대 앞 거리 인근에 인파 사고에 대비한 소방차 75대와 응급차를 배치하고 유사시에는 골목 내부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의 한 골목에 경찰이 펜스를 설치해 양뱡 통행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주요 길목마다 펜스가 설치됐고 인파가 몰리는 좁은 골목에선 미리 배치된 경찰관들이 일방통행을 유도했다. 홍대 클럽거리 뒷골목과 곱창거리 등에서 경찰관이 서로 무전을 통해 인파 운집도를 공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현광색 경찰복의 경찰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친구 4명과 홍대를 찾은 신동현씨(20)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문에 경찰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해주니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홍대 축제거리에 만난 김모씨(26)는 "요즘 칼부림 사건도 있고 해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핼러윈을 앞두고는 아무래도 친구들이 놀러 가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경찰이 순찰을 도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린 홍대 앞과 달리 지난해 참사의 현장인 이태원은 썰렁하다 못해 고요했다. 맛집 거리로 유명한 퀴논길에서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영업 중인 카페와 식당의 테이블은 대부분 비어있었다.

대부분의 상인은 상권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21년 11월쯤 개업했다는 한 음식 전문점 사장은 "매출이 지난해 참사를 기준으로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인근의 카페 사장 김모씨는 "매년 기다리던 핼러윈이 두려운 날이 됐다"며 "핼러윈 때 가게를 닫는 업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 입구 '추모의 벽' 앞에는 참사 1주기인 29일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참사 현장에 있었던 20대 강민영씨(가명)는 "핼러윈을 맞아 내걸린 포스터나 문구를 보면 흠칫흠칫 놀란다"며 "시간이 상당히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이 비현실적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모 미사에 참석한 뒤 4대 종단과 함께 추모대회를 열고 이태원역 1번 출구부터 분향소가 마련된 시청역 5번 출구까지 행진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턴 호텔 앞 삼거리. /사진=정진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이태원 희생자 추도 예배에 참석해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비통함을 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며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 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분들이 사랑했던 이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믿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바로 그 책임,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도예배는 시민들이 참석하는 주말예배가 끝난 뒤 별도로 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관계자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 인사들도 동석했다.

여야 정치권도 추모의 뜻을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참사는 안이한 안전 대책, 미흡한 초동 대처, 미숙한 현장 대응, 보고 체계의 붕괴와 어느 사이엔가 소홀해진 우리의 안전 의식 부재가 낳은 커다란 비극이었다"며 "상임위에 계류 중인 안전 관련 개정안을 빨리 처리하는 데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원 특별법은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합의 처리할 수 있다"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의 혁신을 위해 법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김기현 대표와 윤 대통령을 설득하고 함께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