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공포" 해운대 고가아파트도 '파랑(波浪)'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해운대 야경.

"확실히 심리적 충격은 있죠. 영화 '해운대' 장면이 딱 떠오르더라니까요."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해안 마을 일대를 휩쓸자 부산 앞바다와 마주한 해운대 고급아파트의 매매 심리에도 '파랑(波浪)'이 일고 있다.

21일 해운대구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운대 일대 아파트시장의 경우 매매가가 떨어지거나 계약 취소 등 직접적인 동요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바닷가보다 시내 안쪽이 낫지 않냐"는 등 불안한 마음을 담은 문의 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

과거에도 몇 차례 쓰나미 공포가 있긴 했지만 이번 충격은 사뭇 다르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귀띔이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피해를 입었던 지난 2004년 인도양 쓰나미때와는 달리 이웃나라인 일본이 쓰나미에 휩쓸리는 모습이 영화 '해운대'에서 고층 빌딩을 덮치던 장면과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해운대 좌동 D공인중개 관계자는 "서울시민들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부산 앞바다를 볼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껴 종종 문의를 해왔는데 이번 일본 대지진 후에는 추천해도 우려하는 모습이 확연해 계약 성사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일부는 벌써부터 아파트 매도 주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가를 둘러싼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인 해운대 마린시티는 바다 조망권의 웃돈을 얹은 고가 분양에 따른 후유증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후 가격 조정을 겪어왔다. 현재 매매가격은 3.3㎡당 평균 1700~1800만원 수준.

해운대 우동 B공인중개 관계자는 "최근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화명·명지지구와 달리 마린시티 아파트들은 워낙 고가여서 분양가보다 5000만원 가량 떨어져 거래되기도 한다"며 "가뜩이나 안 좋은데 일본 쓰나미와 금리인상까지 겹쳐 우동의 고가 아파트시장 분위기는 더욱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해운대 초고층 건물인 우신골든스위트에 대형 화재 사건 후에도 고층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후 정상화된 적이 있었던 만큼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되거나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해운대 K공인중개 관계자는 "좌동 고지대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많고 저가 매물도 최근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단정하긴 어렵지만 바닷가 앞이란 프리미엄은 전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