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 말라더니" 개미 원성 쇄도, 지점 '유구무언'

"지난주 급락장에서 투매 구간 아니라더니 차라리 그때 팔아치울걸…".(개인투자자 A씨)

8일 개장 초 강보합으로 출발한 국내 증시가 외국인 및 기관의 폭탄 매도로 '패닉' 상태에 빠진 가운데 여기저기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가 2000선이 붕괴되고, 코스닥도 500선이 깨지는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의 말만 믿고 투매를 자제했던 투자자들이 또다시 증시가 급락하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실 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증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문의 속에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졌다.

◇"손절하지 말라더니 이게 웬 날벼락"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주 금요일(5일) 증시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 영업점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할까 싶어 조언을 얻기 위한 것.

영업직원은 이정도 급락에선 손절을 해도 무의미하다며, 국내 문제가 아닌 대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좀 더 참고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 되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불안감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8일 오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여타 국가와 달리 국내증시가 약보합세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선방했기 때문이다. A씨는 또다시 증권사 영업점에 지금이라도 매도를 해야 하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반영된 악재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마지막 매도 타이밍마저 놓친 A씨는 코스피가 100포인트 이상 급락하고,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상황을 망연자실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A씨처럼 증시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투매를 자제했던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8일 국내증시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증시가 속수무책으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관계자는 "오후 들어 증시가 낙폭을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이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심리적으로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 대부분 포기하고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업점 공황 상태…"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증시의 갑작스런 낙폭 확대에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투매를 자제하라고 조언한 직원들은 투자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한 직원은 "지점에 있는 동안 몇 번 보지 못한 증시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지난주 투자자들이 의견을 물어볼 때 차라리 지금이라도 손절하라고 할 것을 그랬다"고 심정을 내비쳤다.

사실상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증시가 이토록 급락할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에서 크고 작은 해외 악재가 계속 있어왔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역시 이미 반영된 악재로 판단했던 만큼 국내증시에 일시적 충격은 있겠지만 코스피가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시장에 서킷브레이크가 발동하는 상황까지 연출 될 줄은 몰랐다는 것.

증권사 한 영업점 지점장은 "코스피가 나흘 만에 200포인트 이상 급락한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로 100포인트 이상 하락할 줄 예상치 못했다"며 "심각성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숨지었다.

한편, 140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코스피가 80포인트대로 낙폭을 축소하고,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된 코스닥도 거래 재개 후 낙폭을 좁히자 일단 투자자들은 매매를 자제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눈치다.

증권사 한 영업점 관계자는 "일반 개인들은 거의 지체 없이 투매를 하는 모습이고, 영업점 관리자를 통해 상담을 받는 개인들은 적극적인 문의전화 후 일단 냉정을 찾고 있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