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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혈투, 삼성물산 vs 코레일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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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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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8.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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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랜드마크 신기루/ 용산 국제업무지구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 싼 코레일과 삼성물산의 전략싸움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밀리는 쪽은 금전적 손실 외에도 신인도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겨봐야 당초 사업에 비해 전리품도 많지 않다.

이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두 회사의 수장은 입장부터 다르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실리가 없더라도 ‘원칙’이라는 명분이 남는다. ‘출혈이 있더라도 사업 진행을 늦출 수 없다’는 각오다. 반면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은 ‘손실 최소화’가 목표다. 평소 스타일대로 주판알을 튀기며 손익을 따진다.

개발사업의 진위여부를 두고도 두 기업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코레일은 삼성물산 측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코레일은 8월23일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결정권이 없는 용역업체’라는 삼성물산 측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궁색한 거짓말과 변명’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과 언론을 호도’, ‘그동안 저질러온 전횡’, ‘기만적 행위’, ‘역주행’ 등 선택된 단어만 봐도 코레일의 흥분지수를 짐작할 수 있다. 코레일 자신을 ‘순진했다’고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삼성물산은 시종일관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흔한 보도자료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언론에 적극 해명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같은 날 코레일이 사실상 삼성물산의 강제퇴출을 선언했음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수준의 시원찮은 반응이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 프로젝트를 둘러싼 두 기업간의 싸움은 일단 삼성물산이 밀리는 모양새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을 용산사업에서 강제 퇴출시키는 절차에 도입했다. 몇 개의 요구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삼성물산이 빠진다면 4조5000억원의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9월 8일로 예정된 주총과 의사회 의결을 거치면 삼성물산의 퇴출과 동시에 사업 주도권은 코레일로 넘어오게 된다.

겉으로는 코레일이 승기를 잡은 듯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코레일의 요구대로 사업에서 제외되더라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당초 2조8000억원의 이익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마당에 사업을 그대로 떠안지 않은 것 만해도 성공적인 손실회피다.

반면 코레일은 삼성물산을 배재할 경우 상당한 위험에 노출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 마저 뒷걸음질 친 사업에 선뜻 나설 건설사가 없어 보인다.

빌딩 선매입에 따른 3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비도 부담이다. 당초 고질적인 부채 해결을 위해 시작한 사업의 의미가 퇴색되는 모양새다. 이래저래 '용산 프로젝트'는 짙은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꼼꼼히 확인하고 지켜본다"

올 초 삼성물산의 전략회의실. 각 사업본부의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통상 하루에 그치던 전략회의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질의응답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정연주 삼성물산 신임사장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재임시절부터 ‘미스터 Q’로 불린다.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구한다. 아는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그의 지론 때문인지 삼성물산의 영어공부 바람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정 사장은 매사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편이다. 충분히 설명을 듣지만 자신이 납득할 수 없다면 쉽사리 결정하지 않는다. 정 사장의 꼼꼼한 성격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빛을 발했다. 정 사장 재임 기간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은 연평균 30%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임기 초 3000원 하던 주가도 40배나 치솟으며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정 사장은 커다란 시련에 부딪혔다. 당장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 지분율은 6.4%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는 자산관리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율은 45.1%다. 사업주도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드림허브는 약관변경을 통해 삼성물산의 퇴출을 공식화 한 상태다. 반면 삼성물산은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등 떠밀려 나간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미 이사회에서 삼성물산을 배제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우리 측 우호 세력은 숫자가 모자라 불가항력적으로 퇴출되는 분위기”라며 “우리는 계약상 명시된 대로 기존 지분을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업계는 정 사장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특유의 꼼꼼함으로 사업성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용산 개발 수주전의 출혈을 사업성으로 만회하려던 당초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삼성이 꺼내든 구원투수가 정 사장인 셈이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 "원칙대로 밀어붙인다"

2008년 12월 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경찰청사 안팎은 울음바다가 됐다.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이 퇴임사 도중 눈물을 훔치자 자리에 참석한 경찰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퇴임사가 끝나자 ‘청장님, 우리는 당신을 보내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고, 허 청장의 퇴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울려퍼졌다. 일부 경찰은 ‘허 청장의 퇴임으로 경찰이 죽었다’며 근조 리본을 매기도 했다.

당시 허 총장은 여의도 쌀개방 반대 시위 도중 농민사망사건을 계기로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경찰총장에서 사퇴하는 상황이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허 청장이 정치권의 권력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경찰 내부에서 허 사장의 주가를 높여주었던 대표적인 사건은 검찰과의 맞짱이다. 허 사장은 경찰총장 재임 시절 브로커 윤상림 사건을 계기로 ‘권검책경’(권한은 검찰에게 있고 책임은 경찰이 진다는 의미)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검찰의 자정기능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았다. 유난히 경찰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했던 터라 내부 신임이 두터웠음은 당연하다.

평소 화려한 말솜씨와 한번 마음을 먹으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식 스타일로 그를 평가하는 반응은 양극을 달린다. 내부 장악력이 뛰어나고 자기 조직을 항상 1순위로 두기 때문에 인기는 높지만, 허 사장의 반대편에 설 경우 조직에서 살아남기 조차 어렵다는 평가다.

코레일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강행한 노조 길들이기가 대표적인 예다. 평소 ‘불법 집회는 엄단하겠다’는 그의 소신대로 노조의 파업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게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는 사상 유례없는 노조 징계로 이어졌다. 코레일 노조원 절반에 가까운 파업 참가자 1만1000명 전원을 징계한 것이다.

과거 전력에서 보듯 최근 삼성물산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허 사장의 뚝심은 결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코레일에 따르면 허 사장은 자신의 명의로 삼성물산과 이건희 회장에게 ‘사업정상화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서신을 보냈다. 이어 8월19일 기자회견에서는 “용산 개발 정상화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른바 삼성물산의 현 경영진은 결정할 위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상 최대의 알박기라고 원색적 비난도 서슴치 않는 허 사장과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치밀하게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정 사장의 지략대결은 막바지 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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