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에서 힘 안들이고 프로 이기는 요령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의 90퍼센트는 프로 거래자(professional trader)인 기관투자가에서 나온다.”

『Winning the Loser’s Game』의 저자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고작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이 말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면, 다음의 얘기는 어떨까?

“개미인 당신이 주식 매매를 할 때 그 상대방이 프로 거래자일 가능성이 90퍼센트나 된다.”

다시말하면, 개미인 당신이 주식투자란 게임에서 이겨야할 상대는 당신과 같은 아마추어인 개미가 아니라 수백명에 달하는 프로 거래자라는 얘기다.

즉 주식투자 게임은 비슷한 수준의 개미 대 개미의 ‘착한’ 머니게임이 아닌 개미 대 프로의 ‘나쁜’ 머니게임인 것이다. 결국 개미들은 프로 거래자들이 우글거리는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을 게 뻔하다.

만약 당신 스스로 굉장히 똑똑한 투자가라고 믿는다면, 수백명의 프로 거래자를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 지 다음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의 가장 큰 기관투자가들은 매년 월가에 10억 달러씩 내고 최고의 주식브로커에게 건당 1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그 댓가로 이들 주식브로커는 기관투자가가 내는 주문을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체결해 주고 최고의 리서치 정보를 제공한다.

또 기관투자가들은 블룸버그(Bloomberg)와 같은 프리미엄 투자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투자기업들의 경영진과도 수시로 미팅을 갖는다.

그뿐만 아니다.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자체적으로(in-house)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고 평균 20년이상의 투자경력이 있는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최대한 동원, 최상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럼에도, 개미인 당신은 기관투자가와 싸우는게 자신이 있는가? 기관투자가는 모든 면에서 개미인 당신보다 우위에 서있다.

게다가 기관투자가들은 대학과 경영대학원(MBA)에서 가장 똑똑하고 뛰어난 사람들이고 프로 거래자로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오랜 훈련을 받은 베테랑들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들의 뒤에는 엄청나게 일하는 애널리스트들이 포진해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승부욕이 강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걸 마다하지 않으며, 경쟁심도 매우 높다. 그리고 이들 모두 주식투자 게임에서 이기려고 혈안이다.

그렇다면, 개미는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일까? 『Winning the Loser’s Game』의 저자는 프로도 실수를 하게 마련이라며 개미들이 프로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로보다 실수를 적게 하거나 아니면 프로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이용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엘리스는 개미 대 프로의 ‘나쁜’ 머니게임에서 프로를 이길 수 있는 요령 네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육체적(physical) 노력이다. 프로인 기관투자가를 이기려면 개미인 당신은 프로보다 더 많은 리포트를 읽고 더 많은 시간을 리서치에 투자해야 한다.

둘째, 지능적(Intellectual) 수법이다. (과거에 집착말고)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보고 깊이 생각하면 프로를 이길 수 있다.

셋째, 냉정-이성적(Calm-Rational) 방법이다. 만약 당신이 시장의 흥분과 공포에 휩쓸리지 않는다면 프로의 실수를 역이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항상 시장의 흥분과 공포는 잘못된 투자결정을 초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한발짝만 벗어날 수 있다면 프로를 이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한몸되는(Join them) 요령이다. 이 방법은 프로가 우글거리는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그냥 시장을 그대로 좇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는 말이다. 엘리스는 프로들도 평균적으로 85퍼센트는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며, 개미들이 주식투자에서 그저 시장수익률만 유지한다면 85퍼센트의 프로 거래자는 힘 안들이고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머니게임에서 프로를 이기려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인덱스 펀드는 시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기에 종목 선정이나 마켓 타이밍을 고민하지 않아도 항상 시장수익률과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 등 게임에서 힘 안들이고 프로를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머니게임에선 프로를 이기려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