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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10만원' 마을의 반전, 1년간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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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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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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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 성북구 장수마을, 재개발 지정 취소 후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4길 장수마을 전경/사진=진경진 기자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4길 장수마을 전경/사진=진경진 기자
서울 성북구 서울성곽 밑에 자리잡은 '장수마을'. 이곳 주민들은 늘 탈출을 꿈꿨다고 했다.

마을에 지어진 집은 대부분 무허가 건물이고 주민의 절반 이상은 세를 살 정도로 가난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겨울엔 석유와 연탄으로 겨우 한기를 피했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기 힘들어 외출을 하지 않았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지만 이는 지난해까지 장수마을의 모습이었다.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4길(삼선동1가 300) 장수마을은 2004년 전면철거식 개발이 예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역사유적인 서울성곽으로 인해 용적률이 제한돼 층수를 올릴 수 없었고 도로도 놓지 못해 개발이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매일 올려다보는 성곽은 주민들에겐 역사유적이 아니라 원수였다.

사실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이나 세입자들로 구성돼 개발에 적극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전세보증금 3000만~5000만원에 월임대료 10만원 내외로 살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재개발을 해도 문제였다.

떠나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됐고 찾는 사람이 없어 마을은 더 쓸쓸해졌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찾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재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되고 성곽마을 고유의 풍경을 보전한 재생사업을 마친 후부터다.

장수마을 전경/사진=진경진기자
장수마을 전경/사진=진경진기자

장수마을 풍경/사진=진경진 기자
장수마을 풍경/사진=진경진 기자

서울시는 '장수마을'을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고 27억원을 들여 마을박물관·주민사랑방·도성마당 등을 건립했다. 특히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도시가스 공급관을 집집마다 설치해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가파른 언덕길엔 계단과 난간을 설치해 노인들이 쉽게 오르내리도록 했고 좁디 좁은 도로도 넓어졌다. 집 외벽에는 벽화도 그려 넣었다. 지금도 재생사업은 끝나지 않아 지붕개량을 비롯해 집수리를 위해 시에서 1000만원을 무상지원하고 4000만원까지는 2%대 저리로 지원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싹 고치고 났더니 동네가 아주 밝아졌다. 어제도 와서 이것저것 고치고 갔다"며 "오래 산 사람들은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궁궐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생활하는데 아주 많이 편안해졌다"며 "기름을 떼면서 살 땐 한 달에 200만원씩 들었다. 추워서 덜덜 떨었는데도 그 정도였다. 저녁에 찌개를 끓이다 가스가 떨어지면 배달 좀 해달라고 전화해도 너무 늦어서 여기까진 못 온다고 하던 동네였다"고 말했다.

사랑방과 마을 정자도 늘어나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집 밖에 나오기 힘들어 외출 자체를 꺼리던 노인들이 이곳으로 모이면서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장수마을 풍경/사진=진경진 기자
장수마을 풍경/사진=진경진 기자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동네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박물관이 생기고 벽에 그림도 그리고 해서 그런지 솔직히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젊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많이 하니 우리도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성곽도 이제 원수가 아닌 함께 가야 할 공동체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성곽과 주변 환경으로서의 마을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수마을 재생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사업이 되겠냐는 의구심이 많았다. 2008년 장수마을의 대안을 모색하던 마을 활동가들이 서울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지만 당시만 해도 손을 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을은 대부분 무허가 건물로 이뤄졌고 노인이 많아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던 만큼 시장의 의중이 중요했는데 당시엔 '재생'보다 '뉴타운·재개발' 열풍이 불어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하지만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상황이 반전됐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2013년 5월 재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하고 '주민들이 거주하는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재생사업에 돌입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면 집값이 오르는 게 당연했고 그러면 저소득층은 살 수가 없었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두 가지 모두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노벨상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장수마을은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주민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의 성공사례로 일본에서 연구를 하러 올 정도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도 제2의 목표를 설정했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요즘 사람들은 옛날처럼 천편일률적인 도시보다특색이 있는 마을공동체를 원한다"며 "화폐가치로는 따질 수 없겠지만 10년 후엔 서울시민들마음 속에 강남 못지않게 살고 싶은 마을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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