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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사장님 "나는 붉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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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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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8.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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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빌 라일 PCA생명 사장

[편집자주] -축구도 한국축구, 아내도 한국인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는 많다. 하지만 정작 '관찰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빌 라일(사진) PCA생명 사장은 특별하다. 아내가 한국인이고 외동딸이 한국 문화 속에서 자라는 까닭이다.
푸른 눈의 사장님 "나는 붉은 악마"


라일 사장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던 2002년 여름. 한국PCA생명 출범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다. 이후 말레이시아PCA에서 활동하다 2004년 12월 한국에 다시 왔다.

"한·일 월드컵 때 거리에서 붉은 옷을 입고 미친 듯이 응원하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도 덩달아 함께 응원했는데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에게 2002년은 여러 모로 잊혀지지 않는 해다. 한국인 아내와 인연을 맺은 것도 바로 이때. 그는 아내와 만남을 회상하면서 "서로 말이 잘 안 통하는데도 아내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아내는 지금도 내게 '운 좋은 줄 알라'고 으름장을 놓는다"며 웃는다.

이런 특별한 인연 때문일까. 그의 가족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중에도 주말은 반드시 가족들과 보낸다. 토요일은 아내를 위한 '와이프데이'. 일요일은 딸 소피를 위한 '소피데이'로 이름 붙일 정도다. 지난 주말에는 비가 오는 데도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결혼식, 딸 소피의 100일 잔치, 장인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한국식 관례를 빠짐없이 경험했다. "결혼식 후 폐백을 했는데 아내가 미리 귀띔해주지 않아 조금 당황했어요. 한복을 입고 아내를 등에 업었는데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영국 친구들이 재미있다며 사진도 찍고 함께 웃었습니다."

딸 소피의 100일 잔치도 그에게는 이색적인 경험. 그의 모국인 영국에는 100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63빌딩에서 아내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함께 모여 딸의 100일을 축하한 기억은 행복한 추억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장인상을 당해 3일장을 치렀다. 한국식 장례식에서 몇번 참석했지만 직접 장례식을 치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선산에 입관하고 제를 올리는 과정에 모두 참석했다. 그는 "곡을 하면서 슬픔을 표현하는 장례문화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고 말한다.

빌 라일 사장이 지난해 독일월드컵 당시 <br />
가족과 함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응원을 <br />
하고 있다.
빌 라일 사장이 지난해 독일월드컵 당시
가족과 함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전직 축구 코치이기도 한 라일 사장의 취미는 축구다. 역시 한국 축구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대뜸 "지난번 아시안컵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이라크에 져서 정말 실망했다"면서 "이운재 선수가 공을 잡지 못했을 때 안타까웠다"며 흥분했다.

그는 한국 선수 중에선 이천수 선수를 좋아한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박지성 선수나 이영표 선수도 물론 좋아하지만, 특히 이천수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열정' 때문이다. 그는 "종종 좌충우돌하면서 심판들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천수 선수의 대단한 열정을 높이 산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승부욕이 강한 이천수 선수와 자신이 닮은꼴이라고 덧붙인다.

축구에 대한 사랑은 마케팅 전략에도 묻어난다. 지난주에는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PCA영어축구캠프'를 열었다. 영어교육 혜택에서 소외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개최한 행사다. 전직 축구 코치이기도 한 빌 라일 사장은 이날 그동안 숨겨왔던 기량을 맘껏 선보였다.

나날이 '생활인'으로서 한국 문화에 적응 중이지만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한국 문화 중 가장 이질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주저없이 "빨리빨리"라고 답한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편이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예외라는 것. '빨리빨리'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교통규칙을 위반하기 일쑤라는 얘기다.

이러한 '속도 우선주의'는 PCA생명의 한국시장 공략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는 "22년 동안 6개국에서 일해봤는데 그중에서 한국 보험시장이 가장 독특하다"고 손사래친다. 보험산업의 특성상 장기 관점이 필수인데 한국인들은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

라일 사장은 인도PCA의 연 100% 성장, 말레이시아PCA의 업계 1위 등극 등 놀라운 실적을 올린 '신화적' 인물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 시장에서도 이같은 신화를 일궈낼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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