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 "하루 더" 제안, 실제 대화내용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3일 일정 연장을 기습 제안한 것은 표면적으로 '4일 오찬을 여유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경호, 의전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김 위원장 스스로 제안을 거둬 들였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시험하기 위해 '깜짝 제안'을 던졌거나, 상대방을 하여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해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한 게 아니냐는 등의 해석이 나온다.

3일 평양 공동취재단이 전해 온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 연장'이라는 깜짝 제안을 내놓은 시점은 이날 오후 2시45분 정상회담을 속개한 직후였다.

김 위원장은 "기상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운을 뗀 뒤 "떠나기에 앞서 오찬이 있는데, 1시간30분 가량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4일) 오찬은 편안하게 앉아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는 게 좋겠다"며 "일정을 하루 늦추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의를 내일로 하고, 모레 아침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가 있다"며 "경호, 의전 쪽과 상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농담을 섞어 완곡하게 사정을 전달한 것이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즉각 이해하지 못했다. 옆에 앉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이 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뒤에야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을 못 하냐"고 물었다. 이어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며 다시 일정 연장을 거듭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큰 것은 내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내가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후 양 정상은 다시 정식 의제로 돌아가 오후 회담을 진행했다. 그 사이 평양과 서울의 청와대 참모진들은 김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를 벌였다.

그러나 회담이 끝날 무렵인 오후 4시25분 김 위원장은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하자"며 스스로 제안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