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반도체株 "더 버텨야 봄날온다"

낸드플래시메모리 현물 가격이 급반등하며 하락에 찌든 반도체주에 모처럼 비친 햇살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열쇠를 쥔 D램 현물가격은 1달러(512M DDR II D램기준 )에 근접할 정도로 하락하고 있어 반도체주에 봄날이 오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D 램가격하락으로 4/4분기에 피를 더 흘린뒤 내년 가서나 투자가 줄며 모멘텀이 올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5일 증권업계는 낸드플래시메모리 현물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8G MLC(Multi Level Cell) 기준 현물 가격은 지난달말 4.8달러에서 지난 2일 6달러까지 급등했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은 △가격하락기에 재고관리에 주력하던 수요업체들이 계절적 성수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문을 늘리고 △애플의 아이폰(iPhone) 유럽출시와 아이팟 터치(iPod Touch) 출하증가 등으로 주문량이 증가하고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애플 경쟁사들의 경쟁제품 출시에 따른 주문 증가 때문으로 풀이됐다.

가격 상승 지속성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물 시장가격이 10월 하반기 고정거래 가격보다 높은 상태가 됐기 때문에 11월 고정 거래가격은 하락압력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플래시 시장은 보통 D램보다 더 큰 계절성을 띠며 아이팟은 4/4분기 출하가 지난분기보다 통상 두 배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11월 초, 중반 낸드플래시 시장은 수요증가를 바탕으로 다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낸드플래시 가격 급반등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지지선 확인과 단기적인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D램 가격은 끝없는 추락의 길을 겪고 있다. 512M DDR II D램 현물 가격은 10월초부터 1.1달러까지 20% 넘게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D램 가격 하락은 국내 반도체 주가 회복의 걸릴돌임이 분명하다. 김 애널리스트 역시 "D램의 모멘텀 악화 속에 낸드플래시도 연말연초 공급과잉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접근은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반도체주의 모멘텀은 4분기의 엄동설한을 견딘 후에나 찾아올 것이란 진단이다. 바꾸어말하면 삼성전자가 좀 더 물량작전으로 후발업체에 적자라는 쓴맛을 톡톡히 안겨준 후에나 봄날이 올수 있다는 것이다.

김장열 현대증권 테크팀장은 "3/4분기 일부 후발업체의 경우 20%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는데, 4/4분기 적자폭은 30~40%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외부자금 조달(금융시장 여건이 변수)이 어렵다면 향후 투자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기조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D램 가격은 1달러 이하로 추락하면서 한국업체들이 D램에서 플래시메모리로 생산믹스를 다시 전환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버티기 전략으로 투자를 줄이지 말고, 미세 공정(70나노) 양산을 서둘러도 현실적으로 엄청난 적자와 현금 유출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후발업체가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