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형경쟁', 구도가 어떻기에…

대형 은행들의 총자산 규모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단연 1위 국민은행을 2·3위인 우리·신한은행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양상이다.

여차하면 1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자제를 당부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중에도 외형경쟁이 치열한 데는 이같이 '숨막히는' 경쟁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행과 14조원차＝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은행 등 자산순위 1~3위 은행의 격차는 올들어 더욱 줄어들었다. 올 3/4분기 말 현재 국민은행이 227조원으로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213조원으로 14조원 차이로 근접했다. 그 뒤에 10조원 차이를 두고 신한은행이 있다. 2, 3위 간은 10조원, 1, 3위 간은 24조원 차다.

1, 2위간 자산규모 차이는 2005년말 34조원(1위 국민, 2위 신한)에서 지난해말 24조원(1위 국민, 2위 우리) 등으로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올들어 9개월 만에 다시 10조원 줄어든 것으로 이같은 속도라면 1년 후에는 1, 2위간 격차가 없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1~3위간 격차도 2005년말 47조원(1위 국민, 3위 우리), 지난해 연말 34조원(1위 국민, 3위 신한)에서 9개월 만에 다시 10조원이 줄었다.


다만 핵심 자산으로 통하는 원화대출금 규모는 국민은행이 아직 여유있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원화대출금 규모는 국민은행이 149조9000억원, 우리은행이 112조1000억원, 신한은행이 103조1000원 순이다.

◇숨고를 새가 없다＝올들어서는 세 은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한 은행이 치고 나가다 잠시 멈추면 다른 은행이 다시 속도를 내 경쟁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외형경쟁을 주도한 우리은행이 올들어 행장 교체로 어수선한 사이 신한은행이 상반기에만 자산을 22조원 늘렸다.
　
지난해 자신이 총 4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국민은행도 올해는 상반기에만 자산을 10조원 확대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199조원으로 다시 우리은행을 3조원 차로 제쳤다.

하지만 2/4분기부터 전열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우리은행이 3/4분기에만 자산을 17조원 늘리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우리은행 관계자는 "3/4분기에는 국민·신한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이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임에 성공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국내 최고, 최대 은행의 위상을 다지겠다"며 보다 공격적인 면모를 보일 태세다.

1~3위 은행들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는 사이 4위 하나은행은 외형경쟁에서는 크게 뒤져 있다. 9월말 현재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132조원, 기업은행은 123조원이다.

◇"고지가 눈앞인데…"＝김용덕 금감위원장은 오는 20일 은행장들을 소집해 외형경쟁에 대한 자제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중에도 외형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의 이같은 우려에도 은행들의 외형경쟁을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촘촘해진 1~3위 경쟁구도 때문이다. 1등 고지가 눈앞에 있는데 쉽사리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형에서 1등이라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이미지"라면서도 "그렇지만 1등이라는 브랜드가 영업에 상당한 쏠림현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