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세' 박영준 낙마…쇄신주도, 누가 어떻게?

- 청와대 인사라인 가동 중단
- 이 대통령, 여러 경로로 인사작업 착수
- 당 역할론도 부각

청와대 수석에 이어 내각 국무위원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자 인적쇄신폭도 문제지만 후임 인선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를 실무에서 주도했던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하고 인사를 총괄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도 불분명해 과연 누가 인사를 담당할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


현재 청와대쪽 인사라인은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류 실장이 인사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태"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잘못된 인사로 시작된 국정 난맥을 책임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실제로 인사를 주도했던 박 비서관이 경질됐는데 류 실장이 어떻게 다음 인사에 손을 대겠나"라고 말했다.

인사비서관실 관계자도 "현재 인사 추천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폭을 '결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 인선 작업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 인사는 류 실장의 지휘 아래 박 비서관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김강욱 민정2비서관 등 5인으로 구성된 인사 실무팀이 추진해왔다. 이 대통령은 현재 청와대 공식 인사라인과 별도로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인재를 추천받고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로의 하나로 당 역할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전재희 의원을 비롯해 정무수석 후보 물망에 오르는 박형준 전 의원과 맹형규·박세일·홍문표 전 의원 등이 당 추천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 쇄신론의 발원지인 당에서 뭔가 구상이 있지 않겠냐"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여전히 류 실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류 실장이 유임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인적쇄신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사 실무를 총괄했던 박 비서관이 떠난 마당에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류 실장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후속인사 기준으로는 대체로 도덕성을 최우선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으로 여론의 질책을 받은 데다 쇠고기 파동까지 겹치면서 능력보다 도덕성이 보다 중요한 인사기준으로 떠올랐다는 것.

이 대통령도 지난 9일 정진석 추기경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인선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고백해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속 인사에서는 도덕성을 제일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도덕성이 있으면서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