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된장으로 행복 선물하세요"

2년 전, 그는 한 제약회사 간부였다. 그것도 마케팅, 영업 등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일했다.

약 팔던 그는 지금 조선된장을 판다. 그때는 돈을 나눴지만 지금은 행복을 나눈다. 정문섭 행복한나눔 사무총장(사진, 51) 이야기다.

행복한나눔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세운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정 총장은 2년 전 기아대책의 사업본부로 옮겨와 행복한나눔을 함께 설립했다. 기업에 다니던 중년 가장이 구호단체로 일자리를 옮기는 게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터. 그러나 그의 답은 너무나 쿨했다.

"물론, 경제적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인생의 전반전은 자신을 위해 살았다면 하프타임이 지난 후반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지요."

안정적 수익 창출이 목표라는 점에서 행복한나눔과 그가 다니던 전 직장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수익을 쓰는 곳이 다르다. 행복한나눔이 번 돈은 기아에 시달리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데에 쓰인다.


수익을 내는 방법도 다르다. 행복한나눔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이롭게 하는 상품을 생산한다.

한 예로, 행복한나눔이 만드는 '다리돌된장'과 간장은 유기질비료(퇴비)로 키운 친환경 콩으로 만든다. 방부제, 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장독에 메주 띄워 순수 조선식으로 담근다.

"유전자조작(GMO)콩이요? 그런 것 몰라요. 함경북도 나진,선봉 지역의 시범농장 100만 평에서 북한콩종자를 뿌려서 키웠습니다."

다리돌된장에는 종종 곰팡이가 핀다. 장독 속 된장에 곰팡이 피듯. 다리돌된장의 팬들은 곰팡이를 보면 반긴다. 방부제 넣은 된장에선 곰팡이가 피지 않으니까.

무방부제라 염도는 약간 높지만 맛은 명품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부식코너에서는 다리돌된장을 3년째 쓰고 있다.

고정 팬들도 생겼다. 남북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된장 수입이 늦어지면 '언제 살 수 있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한다. 최근엔 설 등 명절 선물로 기업체, 지자체의 인기가 높다. 다리돌된장은 지금까지 100톤 이상 팔려나갔다. 그 판매수익의 일부는 북한 기아 돕기에 쓰인다.

정 총장의 꿈은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어 수익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구호사업하자"는 것이다. 모금만으로는 구호사업 자금을 꾸준히 얻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익적 가치를 지속하기 위해선 수익이 필요합니다. 공익적 가치와 기업적 가치가 조화시켜나가는 게 행복한나눔을 비롯한 사회적기업의 숙제죠."

설을 맞아 다른 비영리조직들도 다리돌된장 판매를 돕고 있다.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smallbiz.makehope.org), 사회연대은행(www.bss.or.kr),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www.kosif.org), 레인보우브릿지(rainbow-bridge.tistory.com)는 공동구매를 통해 다리돌된장을 평소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

해당 단체를 통해 공동구매에 참여하면 판매이익 전액이 우리 사회 소외층에 일자리를 만들고 선한 자본의 씨앗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