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결혼하면 2410만원 절약

올 봄 결혼 날짜를 잡은 김영임(30·가명)씨는 불황 속에서 결혼하는 것이 한편으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예식비와 혼수, 예단 등 결혼비용이 지난해 봄 먼저 결혼했던 언니에 비해 쏠쏠히 줄었기 때문이다.

예식홀 이용을 비롯해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불황 속 할인행사를 통해 싸게 살 수 있었고, 혼수와 예단도 간소하게 하는 쪽으로 양가가 선뜻 합의했다. 김 씨는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거품을 걷어낼 수 있었던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수준으로 결혼했던 언니에 비해 약 910만원 가량의 결혼비용을 절감했다. 구하려던 전셋집도 가격이 1년 전보다 1500만원 가량 낮아져 전체적으로는 2410만원 정도를 언니 때보다 절약했다.

경기 불황으로 젊은 층의 결혼식이 크게 줄자 웨딩 업계가 대거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 결혼 비용을 평소보다 10% 안팎에서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불황기가 오히려 실속 있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이나 호텔급 예식장의 결혼식 건수가 지난해에 비해 30~40% 수준 급감했다. 예식 업체들은 성수기 예식이 급감하자 문턱을 낮추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외식업체 아워홈이 운영하는 웨딩·연회 사업부 '아모리스'는 지난주 예비 부부들이 직접 예식홀과 음식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브라이덜 페어'를 열었다.

강남점의 경우 예식홀은 더 화려하게 리뉴얼한 대신 페어기간 최저 메뉴 가격은 종전 5만원에서 4만3000원(부가세 별도)으로 오히려 낮췄다. 이 기간 예약한 고객들에게는 꽃장식 할인과 와인 무료 제공, 사진 촬영 서비스 등 평소 없던 여러 혜택도 함께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서도 40% 가까이 줄어 불황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쌍춘년이었던 재작년 예약이 넘쳤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급 호텔들도 연회 예약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기대를 걸었던 봄 예식 손님마저 줄자 평소 턱없이 높게 부르던 꽃 장식 비용을 깎아주거나 의무 선택 사항을 없앴다.

웨딩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업체를 통해서 예약할 경우 5~10% 정도는 가격도 흥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사진 촬영도 올해는 없애는 추세"라고 전했다.

전자양판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혼수 특수'가 사라졌다. 대표적 전자양판점 하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동안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표 혼수품목인 대형가전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이 7% 성장하고 4분기 매출도 2%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 대형가전의 매출 감소는 눈에 띄게 부진한 결과다.

하이마트는 이에 따라 3∼4월 매출 증대를 위해 디지털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혼수가전을 최고 50%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백화점도 예년 보다 가전과 보석류 매출이 줄자 실속형 상품 위주로 봄 혼수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이광용 롯데백화점 가정팀 MD는 "경기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혼수고객이 감소했고 전반적인 혼수 트렌드도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봄부터 본격적인 웨딩시즌이 도래함에 따라 다양한 실속형 상품들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구 업체들도 혼수 가구 매출이 작년 보다 20% 정도 줄자 할인 혜택을 내걸고 나섰다. 한샘은 중가 부엌가구 브랜드 네오유로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노블 시리즈를 3월부터 20% 정도 인하된 가격에 판매한다. 이달 말 내놓을 신제품 혼수가구 중 씨에스타 등 옷장 3종의 가격도 10~15% 내릴 예정이다. 신혼 옷장의 경우 지난해 신제품이 180만원대였지만 올해는 160만원대로 책정했다. 보루네오가구는 이달 말께 실용성을 높이면서 가격대는 지난해보다 약 10~15% 낮춘 신제품 혼수가구를 내놓는다. 이오레 엘리는 270만원대, 이오레 블루메는 240만원대에 팔 예정이다.

보석 업체들도 어려움을 체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종로의 한 혼수 전문 업체 사장은 "5부 이상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준 대신 3부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반지와 목걸이 귀고리 세트로 150만원 안에서 맞춰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