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리인상, 한은에겐 정부 설득 카드

이 기사는 10월06일(16:1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호주 중앙은행(RBA)의 금리인상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둘 것으로 예상된다. RBA는 25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했다. 지난 4월 기준금리를 3.00%까지 끌어내린 이후 5개월 간 동결기조를 유지한 이래 첫 인상이다.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한 바 있는 한은은 이번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다 명확히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 호주 금리인상 "BOK, 금리인상에 자신감 심어"

호주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10월 금리인상은 시장 전망보다 1~2달 앞선 결정이다. 글렌스티브 RBA 총재는 "현재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이 사라졌다"며 "전반적으로 통화정책 부양조치 축소를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RBA의 경기 인식은 한은(BOK)의 경기 인식과 유사하다. 지난 9월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세계경제 상황 호전 등으로 내수 및 수출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생산이 증가하는 등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금융완화 정도는 상당히 강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만을 가지고 금융 완화 또는 긴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완화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재차 확인까지 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경제 회복세가 세계 주요 국가에 비해 빠른 편임을 감안하면 이번 호주의 금리인상은 국내 금리인상에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 G20, 출구전략 공조의 재음미 기회

G20 국가는 출구전략에 대한 공조를 약속했다. 그렇다면 호주의 금리인상은 G20간의 약속을 깬 것일까. 이번 호주의 금리인상은 출구전략 공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출구전략 공조는 기준금리까지 같이 올리자 게 아니라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투입 회수, 정부의 예금 보호 등에 관한 조치를 함께 철회하자는 것"이라며 "출구전략 공조를 기준금리까지 묶어서 생각하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이 총재가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 발표문에도 나와 있듯이 아무리 세계화된 경제라도 각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어떠한 조치를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실행하느냐는 각국의 정책당국에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발언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한은의 입지가 강화되는 동시에 정부의 입지는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한은의 금리인상 시사에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기 상조'라고 반격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과연 정부의 압박을 무시하고 금리를 올릴 수나 있을까'하는 의심이 컸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주의 금리인상은 한은의 금리인상 의지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주의 금리인상으로 한은이 금리인상을 하는 데 있어 경기 회복이라는 필요조건에 대외 선례라는 충분조건까지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경기 대비 현재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면 그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인상시 원화 가치 상승 속도가 빨라져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한은이 정부를 설득하는 데 있어 난관이 될 수 있다. 호주달러의 경우 금리 인상을 전후해 1호주달러가 0.876달러에서 0.883달러로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