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삼성생명, 공모가 100만원 가능?

생명보험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생명보험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면서 '몸값'이 얼마나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당 70만원 이상은 무난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80만~100만원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요 주주인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386만8000주(신탁계정 포함)에 대한 가치를 1조6830억원으로 계산했다. 주당 43만5120원선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말 그대로 장부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9년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차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가 주당 70만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IPO시 주당 공모가가 70만원은 돼야 삼성차 채권단에 대한 원금 상환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 가격을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의 증자나 IPO에는 보통 내재가치(EV : Embedded Value)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EV는 지난 동양생명 IPO 공모가 산정 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개념으로 자산 가치와 그에 따른 계약가치를 더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내재가치(EV : Embedded Value)는 아직 발표된 적이 없다. EV는 시장금리·할인율·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가정은 물론 사망률·입원률·해지율·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 등 16가지 이상의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EV는 상장 주관사 선정 후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의 지난 9월말 기준 순자산가치는 10조9053억원. EV는 순자산+미래가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제로'로 본 가장 보수적인 삼성생명 EV는 11조원 정도다. 여기에 동양생명 상장 시 적용된 EV 1.37배를 적용하면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5조700억원, 주당 가치는 75만35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미래가치를 제로로 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보업계 전문가는 "생보·손보를 합한 보험업계 2위인 삼성화재의 EV 산출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삼성생명의 EV는 17조8000억원 정도로 계산된다"며 "이 경우 주당 가치는 89만원 내외이며 업계 흐름에 따라 EV 배수를 적용하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순자산배율(PBR)을 활용한 전통적인 주당 가치 산출법을 통해도 삼성생명의 주당 가치는 80만~90만원대로 계산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업계 1위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적정 PBR을 1.5~1.6배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6조3580억~17조4486억원, 주당 공모가는 81만7900~87만2400원 수준이다.

지난 17일 기준 동양생명보험 (5,690원 0.00%)의 PBR 2.25배를 적용하면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24조5370억원에 달한다. 이 경우 주당 가치는 122만원에 이른다. 결국 어떤 가정을 택하더라도 마지노선인 70만원은 훌쩍 넘는 가격이 나오는 셈이다.

IPO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도 이같은 공모가 산정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어떤 증권사가 얼마나 높은 가격을 제시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삼성차 채권단 채무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기 위해 삼성생명 공모가가 100만원 이상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산술적인 가정은 말 그대로 가정일 뿐 결국 가격을 정하는 것은 공모 시점의 시장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