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아파트, 휴가철 빈집 걱정 끝

경기 일산에 사는 김정식(42·가명)씨는 가족과 함께 강원도 삼척시로 휴가를 떠나는 중이다. 장마 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모처럼 가족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김씨의 마음은 상쾌하다. 뒷좌석에 앉은 두 딸들은 오랜만에 아빠와 여행을 간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얼마나 달렸을까. 조수석에 앉은 와이프가 놀란 듯 말을 건넸다. "어머나, 나 가스 벨브 안 잠근 것 같아요." 휴가철 꽉 막힌 고속도로를 피하기 위해 새벽같이 출발하는 통에 가스 벨브를 잠그고 나왔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와이프의 말을 들은 김씨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워낙 급하게 나오느라 창문은 제대로 닫아놓고 왔는지, 우유투입구는 확실히 막아놨는지, 도둑들은 휴가철 불 꺼진 집을 노린다는데 거실에 불은 켜놓고 나왔는지 모든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자니 휴가로 들뜬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것 같았다.

앞좌석에서 부모의 걱정스런 표정을 보고 있던 큰 딸 김유리(12·가명)양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빠. 우리 집 인터넷으로 불 켜고 끌 수 있잖아요. 도착해서 가스랑 불 확인해 봐요." 김씨는 지난해 이사한 아파트의 홈네트워킹 시스템을 활용하면 휴가지에 도착해서도 집을 무선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 스마트폰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연결해 아파트 내부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모습ⓒGS건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몇 해 전부터 신축 아파트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 홈네트워킹과 유비쿼터스 시스템 덕에 보안 걱정 없는 즐거운 여행이 가능해지고 있다. '똑똑해진' 아파트 덕에 무인 조명·가스제어시스템, 침입감시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휴가를 떠나기 전 전 거실의 불을 켜놓고 떠난다거나 경비실에 각별한 순찰을 부탁하는 등 손이 많이 갔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가스밸브와 창문·출입문을 제대로 잠그고 왔는지 신경이 쓰여 모처럼의 휴가를 만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아파트에 적용되며 이러한 걱정들도 추억이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휴가철 홈 네트워킹 방범 시스템은 △가구 내 조명 on/off 및 가스차단 외부제어 △침입감시 기능 △방문자 영상 저장 등이다.

두산건설 (1,240원 0.0%)은 최근 짓고 있는 모든 아파트에 침입감시 기능을 적용했다. 침입감시 기능이란 자석감지기 및 동체감지기를 출입문에 장착해 부재중 외부인이 집안에 들어오면 즉시 경비실과 집주인의 휴대전화로 연락이 오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빈집털이범이 초인종을 눌러 집 안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때도 걱정 없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외부인이 초인종을 작동시키면 방문자 영상 저장 기능이 작동돼 즉각 영상이 촬영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34,600원 ▼200 -0.57%)이 적용 중인 유비쿼터스 범죄예방 시스템 역시 외부인이 현관에 구멍을 뚫거나 우유 투입구로 문을 열려는 시도를 하면 즉시 경비실에 신호가 가게 된다.

GS건설 (15,150원 ▲230 +1.54%)과 SK건설이 적용한 무인 조명·가스 차단시스템을 활용하면 휴가지에 도착해서야 가스·전등을 점검하고 오지 않은 사실을 깨달아도 늦지 않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조명과 가스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기전력 자동 차단 시스템의 모습ⓒGS건설

대림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휴가 떠나기 전 집안의 전등이 켜질 시간을 예약해 놓으면 야간에 집안의 조명을 켤 수 있다.

한편 보안전문업체인 KT텔레캅 관계자는 "아파트의 보안시스템을 충분히 이용하되 휴가 떠나기 전 우유나 신문 등의 배달물을 중지시키는 것을 잊지 말고 택배나 등기물은 미리 수령하거나 수령을 연기한 후 가는 것도 보안의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