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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입혀준 법복, 이혼가정 아이의 꿈으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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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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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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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와 동일군의 특별한 인연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를 맡고 있는 정승원(46·여) 부장판사의 집무실은 여느 부장판사들의 그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책상 한가득 사람 키 높이만큼이나 쌓여있는 소송 서류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스노우볼, 인형, 오르골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과 장난감들로 꾸며져 있다.

↑정승원(46·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의 집무실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정승원(46·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의 집무실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품들로 가득 차 있다.
정 판사는 이렇게 꾸민 집무실에서 이혼 결정 후 양육권을 지정할 때 자녀의 의견을 묻는다. 정 판사와 동일(16·가명)군의 만남도 이렇게 시작됐다.

동일군의 부모님은 지난 2005년 이혼했다. 생전 법원이라곤 견학차 와본 기억밖에 없던 동일군은 "손이 떨리는 게 보일 정도로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평판사로 서울가정법원에 처음 부임한 정 판사는 동일군을 법정이 아닌 별도로 마련한 접견실에서 마주했다.

정 판사는 "이혼 소송에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아이의 의견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이혼하려는 부부가 자녀를 판사 앞에 세우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그러나 이혼과정에서 소외된 채 상처받을 수 있는 아이들을 생각한 정 판사의 배려로 성사된 만남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만난 아이들에게 소송 얘기만 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림을 그려보게 해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심리상태도 짐작해 본다. 집무실에 마련된 장난감들도 대부분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행여나 대화가 부족했다 싶은 아이들에게는 연락처를 넘겨주며 "어려운 일이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해요"라고 말한다.

↑정승원(46·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1일 인터뷰를 마친 뒤 동일(16)군에게 가정법원 주최의 법체험 행사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정승원(46·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1일 인터뷰를 마친 뒤 동일(16)군에게 가정법원 주최의 법체험 행사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동일군에게도 정 판사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동일군이 "판·검사가 되고 싶다"고 답하자 "너는 판사가 어울릴 것 같다"며 자신의 법복을 입혀주고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동일군은 "어린 애들은 판·검사가 멋있어 보이니까 막연히 되고 싶어 한다"라며 "저도 그런 생각에서 판·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법복까지 입혀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1년여에 걸친 동일군 부모의 이혼 소송이 끝난 뒤에도 정 판사와 동일군의 인연은 이어졌다. 동일군은 중창대회에 출전한 이야기 등 일상생활을 이메일로 정 판사에게 전했고 이렇게 둘은 1년여간 소식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생활에 몰두해 연락이 뜸해졌던 올해 3월 동일군은 서울가정법원 주최의 '청소년 참여법정' 참여인단에 지원했다. 동일군은 "이미 판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져서 꼭 참여하고 싶다"며 "학교당 2명인 참여인단에 뽑히려고 미리 담임선생님께 말해서 한자릴 선점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8월 진행된 참여인단 행사에 참석한 동일군은 그날 법원 매점에 들러서는 주머니에 있던 용돈 1만2000원을 털어 음료수 선물세트를 샀다. 정 판사를 찾아보기 위해서다. "보통 교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 그런 것 사지 않느냐"고 말하는 동일군에게 정 판사는 "너무 어른스럽지 않냐"며 마치 아들 자랑이라도 하는 어머니처럼 웃었다.

당시 참여인단 단장을 맡았던 동일군은 자신의 꿈을 말하는 자리에서 "가정법원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흔치 않은 답변에 행사를 진행한 관계자도 웃음을 터트렸다.

동일군은 "저는 (부모님의 이혼을) 한 번 겪어봤잖아요"라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재판을 진행하면 자녀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조금 더 잘 알 수 있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정 판사 역시 "어딜 가서든 가정법원 판사가 되고 싶다는 동일군이 자랑스럽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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