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믿지 마세요…5%룰의 '구멍'

'경영참여'를 선언한뒤 단기에 주식을 팔고 나오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5%로 지분투자 공시로 존재를 드러낸 뒤, '경영참여'목적을 공시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은 이른바 '슈퍼개미'들의 단골 메뉴죠.


대표적 인물로 티엘씨레저 주요 주주 이현주씨와 함께 에프와이디 대표이사를 지냈던 '원조 슈퍼개미' 경대현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현주씨의 매형 뻘인 경대현씨는 아들 경규철씨와 서울식품, 한국슈넬제약 등의 지분을 매입해 수십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렸습니다. 이씨와 경씨는 이 때문에 100억원대 횡령 사건 등 숱한 민형사 소송에 함께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3월 한림창투 (0원 %)의 경우 이모씨가 7.75%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습니다. 덕분에 2월까지만 하더라도 4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5월 중순 88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8개월도 채 안 돼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꿔 주가를 부양한 뒤 팔고 나간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슈퍼개미로 불리던 김성진씨는 한국금속공업의 5%공시 후에도 보유목적을 명시하지 않다가 17%대로 늘어난 뒤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경영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진 교체를 요구한 뒤 주식을 팔아 차익을 올렸습니다.

'5%룰'로 불리는 5%지분공시는 한국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한국기업들의 경영권을 위협해 주가를 올린 뒤 파는 이른바 '먹튀'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SK의 소버린, SK텔레콤의 타이거펀드와 오펜하이머, KT&G의 칼 아이칸과 리히텐슈타인, 영국계 BHI의 브릿지증권 인수 등 외국계 펀드들이 기습적으로 주식을 산 후 대박을 내는 동안 반감이 거세졌기 때문이죠.

1968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뒤 이 5%룰은 한국에서는 2005년 증권거래법을 개정하면서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5%룰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투자목적의 경우, 필요에 따라 변경하거나 변경하지 않더라도 별 다른 제재는 없습니다.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르면 대량보유 보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형사상 책임을 물거나 유가증권 발행제한 및 임원 해임권고 등 행정상 제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티엘씨레저 (0원 %)의 경우 당장 제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SK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도 5% 룰의 솜방망이 처벌을 이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소버린은 5% 이상의 SK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거래를 시작한 후 7일간 주식 10.5%를 추가로 매입하면서 사전 신고의무를 위반했지만 검찰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습니다.

'경영참여'목적을 수반한 5%지분공시는 대부분의 경우 주가급등으로 이어집니다. '경영권 분쟁' 혹은 '추가매수' 등의 기대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따라붙기 때문이죠. 그러나 경영에 참여한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뛰어들었다간 손실을 보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