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월스트리트 "고마워요 버냉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미국 5대 은행의 올해 4분기 투자은행과 거래중개 매출이 지난 2·3분기보다 개선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채권매입에 따른 은행권 매출이 증가, 연준이 월스트리트의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은행·증권 분야 매출로 미국 '빅5'는 골드만삭스,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간스탠리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들의 4분기 실적이 올해 2분기 이후 꾸준히 개선, 연간 매출이 2009년에 이어 사상 2번째로 많을 전망이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 수혈로 가까스로 살아났다. 이들 5대 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2009년에 미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지원금과 연준의 긴급대출기금을 합쳐 총 1350억달러를 지원 받았다.

생존 자체를 걱정하던 은행들은 어느새 사상 최대의 호경기를 만났다. 낮은 연방기금금리와 연준의 채권 매입 등에 힘입어 투자은행 부문 매출을 늘린 것이다. 투자은행 부문은 5대 은행 매출에서 평균 3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골드만삭스 매출의 79%, 아무리 작아도 매출 21%(뱅크오브아메리카)다.

JP모간이 2008년 인수한 베어스턴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수한 메릴린치를 합쳐 7대 은행은 2006년 당시로선 사상 최대인 1194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그 해 투자은행 부문 매출에서 채권거래가 50%를 차지했는데 올해 1~3분기엔 그 비중이 61%를 기록했다. 올해 채권거래가 활발했던 만큼 전체 투자은행 매출의 증가세를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찰스 가이스트 맨해튼대 교수는 "저금리 상황은 은행들에게 풍부한 아비트리지(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했다"며 "대부분의 은행들에게 생애 한 번 오는 기회였고 은행들이 그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이번에 거둔 수익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여러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스트가 말한 과제에는 주주 배당 확대가 포함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