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부도 부정적 "정동기, 문제 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한나라당 내에도 점차 퍼지고 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야당 공세가 거센 가운데, 여권 내에서는 '제 2의 김태호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헌법정신"이라며 "대통령 비서출신 인사를 감사원장에 임명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당 안팎에서 치열한 논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전관예우 논란도 당이 주도해서 정리해야 한다"며 "전관예우는 공직자들이 퇴직 후 금전적으로 유혹받는 명백한 잘못이고, 공정한 사회에 명백하게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정 후보자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대통령 최측근을 감사원장에 임명할 경우 감사원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과 정 후보자가 대검찰청 퇴직 이후 7개월간 7억원의 임금을 받은 것은 전관예우라는 비판이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간사 김세연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본21 내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민본21 워크숍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고,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며 "감사원장의 헌법상 지위와 역할을 비추어 볼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컸다"고 전했다.

또 "수차례 전입사실이나 재산증식 과정에서 국민 정서상 거리가 있는 부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공정사회 기조에 가장 어긋난 부분은 전관예우인데 국민이 납득할 수준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후보자 소명내용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등의 부분을 지켜본 다음 민본21의 최종적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주성영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 후보자의 경우는) 전관예우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정 후보자가 대검찰청 차장을 지내지 않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중요한 직책을 맡지 않았다면 그런 대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감사원장이라는 직책은 대한민국 공직자들을 감찰하는 자리"라며 "대통령 측근으로 전관예우를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 감사원장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내에서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지도부 입장에서는 정 후보자를 일단 지키겠지만 당내 여론이 점차 부정적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