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영자' 주의보…사기성 짙은 경우 수두룩

증시에 때 아닌 '영자'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주식카페의 운영자, 이른바 영자들의 활동이 카페·동호회·메신저 뿐 아니라 트위터처럼 빠른 속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죠.

NHN (181,500원 ▼1,200 -0.66%)의 네이버나 다음 (47,300원 ▼100 -0.21%) 같은 포털 카페만해도 이 같은 동호회들이 수만개에 달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동호회들도 무수히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식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에도 주식카페 사이트는 줄줄이 달려있습니다. 메신저를 유포하는 사람 중에는 심지어 ‘머니투데이 기자’를 사칭하며 주식정보를 퍼트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자’로 불리는 주식동호회 운영자들은 정말 신이 내린 투자귀재들일까요? 정말 투자귀재라고 하더라도 일면식도 없는 회원들에게 저런 대박 특급정보를 알려줄까요?

증권가 브로커들이나 전업투자가로 활동하며 수차례 유료회원에 가입해 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궁금증은 순진한 ‘환상’일 뿐입니다.

대부분은 자신들이 미리 사 놓은 종목에 대한 정보를 ‘유료’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시세가 오르도록 직간접적으로 유도한다고 합니다. 회비는 월 1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을 넘습니다. 이 돈으로 방송시점에 주식을 사서 시세를 올리고, 마치 자신들의 예측이 적중한 것처럼 포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동호회 운영자나 유료 투자 사이트 운영자들이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에 ‘사기’성이 짙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전업투자가의 말입니다.

"유료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자신의 계좌를 보여주며 수익률을 자랑하곤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종목을 한 주씩 사서 그 중에 수익이 난 종목만 계좌로 보여줍니다. 이걸로 이 종목을 사서 이 만큼 수익률이 났다고 자랑하는 겁니다. 하지만 계좌를 보면 종목명이랑 매수단가만 보여줍니다. 수량은 안 보여주고 엄청난 수익률이라고만 자랑하는 거죠"

한 증권사 브로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총알받이란 주가를 올린 뒤 팔 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많은 일반회원들이 운영자들이나 일부 돈을 많이 낸 VIP회원을 위해 ‘총알받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기사를 보고 현혹된 개인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총알받이인 셈이죠"

합법적으로 투자자문업을 하려면 5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전문투자인력 1인 이상을 확보한 뒤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사기극'을 감독당국이 일일이 감독할 수 없습니다. 단순 동호회 성격일 뿐 ‘투자자문’한 것이 아니라면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금감원으로 피해사례가 접수된 건수는 2006~2008년까지 100여건이었다가 2010년에는 300여건으로 크게 늘었지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없었고, 검찰에서 간혹 동호회수사에 나서며 일부 사기꾼들을 적발하는데 머물렀습니다.

한 예로 '재테크 황제'로 불리던 50대 김모씨는 2006년부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이 설립한 J그룹이 '한국의 골드만 삭스'가 될 것이라며 거짓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흘려 주가를 조작하고 보유주식을 파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뒤 지난해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는 회원 수가 30만개를 넘는 주식 동호회들이 수두룩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투자철학을 가지고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투자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동호회나 유료사이트 운영자들도 있을 겁니다.

못된 '영자'들도 문제지만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남에게 의지하려는 사람들의 무지와 욕심도 일그러진 현실에 일조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량 주식을 고르는 안목 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