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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정정 불안은 시작일 뿐..내년에 더 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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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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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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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시에 "미국이 고인플레 주범..사회 불안 확산될 것"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에서 발발한 반정부 시위와 정정 불안을 바라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안타깝지만 다른 세상 얘기"일 것이다.

▲앤디 시에
▲앤디 시에
하지만 모간스탠리에서 오랫동안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고 현재는 로제타 스톤 어드바이저의 이코노미스트이자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앤디 시에의 생각은 다르다.

시에는 미국의 양적 완화가 유발한 인플레이션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반정부 시위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이 같은 시위와 폭동의 물결은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물론 아시아와 심지어 미국조차 분노한 군중들의 반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에는 1일 중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인 카이신 온라인과 미국 마켓워치에 동시에 기고한 '핫 머니, 빠르게 확산되는 폭동'이란 글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전세계가 지금 20년래 가장 큰 폭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말에 미국 국채시장의 붕괴나 인플레이션이 유발한 이머징마켓의 경착륙으로 세계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시에의 기고문을 요약, 재구성한 것이다.

◆중동 정정 불안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음모
미국과 일본,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등 선진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국가 빚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돈을 많이 풀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빚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통화완화 정책은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전세계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머징마켓의 고성장과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정책적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시에는 지난해 11월 FRB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추진하면서부터 식료품과 유가가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통화 부양의 마술을 믿는 사람들, 즉, 매년 초 다보스에 모여 자본주의의 성공을 자축하는 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조차 이들에게 교훈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금융위기도 돈을 쏟아 부어 또 다른 자산 버블을 야기하는 방법으로 넘어가고 있다.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묶어 두고 있는데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 효과를 유도해 수요를 늘리고 이익을 증가시켜 자산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려는 속셈이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거리로 몰려 나온 이집트 군중들
▲거리로 몰려 나온 이집트 군중들
◆인플레는 불평균한 부의 분배 악화시켜
인플레이션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 안정을 위험에 빠뜨린다. 첫째, 저소득층은 신용이 낮아 거의 돈을 빌릴 수가 없어 부채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부채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이러한 부채 축소의 혜택을 거의 입을 수 없다. 반면 그나마 갖고 있는 약간의 현금 가치만 떨어질 뿐이다.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자산을 뺏어 돈도 많고 레버리지가 높은 부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저소득층은 대개 일자리가 불안해 물가상승률만큼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못한다. 따라서 물가가 오를수록 이들의 생활은 비참해질 뿐이다. 튀니지에 이어 독재정권을 몰아낸 이집트의 경우 전체 국민의 40%가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30% 올랐다고 생각해보자. 왜 사람들이 분노한 채 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 물가 지수는 41% 폭등했다.

◆독재국가일수록 인플레이션의 파괴력 높아
루머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가족의 재산은 170억달러에서 7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이집트의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빼돌렸는지 짐작된다.

독재국가일수록 이러한 권력층의 부정부패로 인한 부의 편재, 이에 따른 빈부격차는 심하다. 알제리, 요르단, 시리아, 예멘도 이집트와 다를게 별로 없다. 인플레이션과 소득 불평등이 결합하면 폭발적인 결과를 낳는다. 아마 위에 언급한 국가 대부분이 이집트처럼 올해 혹은 내년에 정권 몰락을 경험할 것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뀐다고 중동 지역의 사회적 불안이 곧바로 해결되긴 어렵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은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경제는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해 일자리가 부족하다. 일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사회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집트는 지난 30년간 인구가 두 배로 늘었다. 이집트 인구의 3분의 1이 14세 이하다. 인구의 절반이 24세 이하다. 이처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려면 이집트보다 인구가 3.6배 많은 미국보다도 매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집트 인구는 여전히 연평균 2%씩 늘고 있다.

◆산유국, 사회 불만 돈으로 풀면 글로벌 경제는 신음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산유국들은 물가가 오르면 유가도 올라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돈을 나눠주고 평화를 사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될수록 산유국 국민들도 동요하게 되고 이를 가라앉히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결국 유가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2008년에 유가는 FRB의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지금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의 정정 불안까지 가세해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 이에 따라 유가는 2008년 고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이러한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미 영국은 지난해 4분기에 다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영란은행 목표치의 두 배로 치솟았다. 게다가 영국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10%를 넘어섰다. 부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국은 당분간 고인플레를 용인하며 통화 가치 하락으로 부채 규모가 줄어들도록 내버려 둘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역시 실질 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해 부채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FRB가 계속해서 최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반복해 말하는 것은 통화완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 미국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예산 감축 압박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계속하려면 저금리 기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인플레 계속되면 워싱턴 거리도 안전하지 않아
지난해 4분기에 미국 경제는 소비 덕분에 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빚이 많은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소비를 늘릴 수 있었을까. 바로 FRB의 양적 완화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이 답이다. 이러한 버블 경제가 지금도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결국 버블은 꺼지겠지만 선진국 정책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떠난 다음에야 버블이 터지기를 기대한다. 설혹 2008년처럼 자신들이 책임지고 있을 때 버블이 터진다 해도 버블을 다시 키우면 된다. 지금처럼 말이다. 게다가 선진국은 버블을 이머징마켓의 부동산을 비롯한 다른 자산으로 이전시키는데도 성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의 명목 자산은 30조달러가 늘었다.

이들은 북아프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불안이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아프리카에서 왜 가장 먼저 폭동이 일어났을까. 북아프리카는 무역이나 투자를 통한 글로벌 자산 가치의 버블, 즉 글로벌 자산 인플레이션의 덕을 가장 보지 못한 지역이다. 반면 가난한 국가들이 몰려 있어 식료품 지출이 많은 탓에 고실업과 인플레이션의 피해는 가장 심하게 입는다.

하지만 고실업과 고인플레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북아프리카 사람들만이 아니다. 아시아는 물론 선진국의 빈곤층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고인플레가 계속된다면 정정 불안은 물결처럼 확산될 수 있다.

미국이라고 안전할까. 미국 센서스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인 14.3%가 빈곤층이다.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생산가능인구의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실직 상태거나 일거리가 먹고 살기에 충분치 않다. 게다가 미국 저소득층이 주로 구입하는 수입산 제품의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인 가운데 5000만명은 이집트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

FRB는 워싱턴 거리가 카이로처럼 성난 군중들로 뒤덮인 뒤에야 통화완화 정책을 중단할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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