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중동문제·선진국부채 정말 심각하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유가와 경제지표, 특히 고용지표간 줄다리기 양상을 이어갔다. 유가 때문에 떨어진 날은 2일, 고용지표 개선에 환호하며 오른 날은 3일이었다. 지난 한주간 수익률은 3대 지수 모두 강보합이었다. 뚜렷한 조정은 없지만 보합권에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우지수는 0.3%,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씩 강세를 보였다.

이번주 9일은 2년전 뉴욕 증시가 바닥을 치고 랠리를 이어온지 만 2년 되는 날이다. 바닥에 비해 뉴욕 증시는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동의 정정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 때문에 뉴욕 증시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가더라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뉴욕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영역에 진입하지 않은데다 경제 회복세와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이번주에는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잦아들며 오로지 중동 사태와 유가, 그리고 투자자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장세가 펼쳐질 예정이다. 7일만 해도 오후 3시에 나오는 1월 소비자신용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다. 소비자신용은 자동차 등 할부 대금과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을 포함한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소비 의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인데 통계 자체가 2개월 전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다.

◆중동 사태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지난주 금요일(4일) 뉴욕 증시는 리비아에서 교전이 계속되며 유가가 상승하자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에 따라 지난주 금요일 배럴당 2.51달러, 2.5% 급등한 104.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시간외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106달러를 돌파했다.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크게 악화되지 않고 유가 상승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쪽 이웃국가인 바레인이 문제다. 바레인은 소수 수니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데 현재 시아파 주도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민주화 조치를 넘어 왕족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말에는 시아파 시위대 수천명이 수도 마나마의 총리 공관 주위를 에워싸며 국왕과 총리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사우디가 바레인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사우디도 현재 수니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바레인과 가까운 동부지역에서 시아파 주도의 시위가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 에미리트 등 중동 석유 부국들은 바레인 사태의 향방이 자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며 비공식적으로 바레인 정권을 돕기 위한 기금까지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리비아보다 바레인이 변수
중동에 발 붙이고 살지 않으면서 중동 사태에 대해 논하고 예측하고 상상하는 것은 공허하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왕정이 유지되고 있거나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가 장기 집권하는 '비민주적인' 중동 국가들은 어쩌면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를 계기로 엄청난 변혁을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지금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유일한 소망은 개혁이 이집트처럼 급진적이지 않게, 서서히 점진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물론 사우디는 미국의 요구대로 리비아 감산으로 인한 석유 부족분을 추가 생산하라면 생산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기댈 곳은 오랜 우방, 미국의 지원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가 점진적이고 완만하고 평화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바레인이다. 바레인 시아파가 대거 움직인다면 사우디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된다. 이슬람혁명의 기지인 이란 집권 시아파 대(對) 수니파 대결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된다면 글로벌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선진국 결국 부채로 파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소시에떼제너럴의 글로벌 전략가인 앨버트 에드워즈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자체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는 심각하게 병든 상태"라며 "글로벌 경제는 지금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빠른 곡조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수척해진 경제가 금융 모르핀과 스테로이드를 대거 주사 맞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선진국 정부의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공식 부채 외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 충당해줘야 할 돈이 엄청나다. 이 때문에 에드워즈는 몇몇 선진국이 결국엔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달하는 공식 부채가 아니라 GDP의 300~400%에 달해 조달하기 어려운 숨겨진 부채"라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파산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것"이라며 "게다가 건강보험 같은 것은 물가상승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줄어드는 빚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정부는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지 못해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삶도 점점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임금이 오른다 해도 금세 물가상승률로 실질 임금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 모르핀(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 정책)의 효력이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에드워즈는 "나는 제1, 2차 양적완화가 주가를 끌어 올렸고 이 같은 주가 상승이 경기를 회복시켰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모르핀이 없는 상황에서도 환자가 빠른 속도의 춤을 계속 출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S&P500 지수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채 매입을 위한 지출 규모가 밀접한 상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