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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좋은 아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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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창욱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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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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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4살짜리 늦둥이 아들은 내게 그다지 '친한 척'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소 닭 보듯' 하는 정도랄까.

아무리 주중에 아빠 얼굴 보기 힘들다 쳐도, 주말엔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데 나로선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종종 짖궂은 장난을 쳐 괴롭혀서 그런건지, 아니면 맴매 들고 가끔 야단을 쳐서 그런건지.

아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어쩌다 일찍 들어가는 날엔 녀석이 좋아하는 치즈케이크도 사들고 들어가고, 제 엄마가 정해준 정량 외에 과자나 주스도 엄마 몰래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사실 나도 내 나름엔 주말이면 아이를 꽤 돌보는 편이다. 똥 누고 나면 뒤도 물로 씻어주고, 옷도 갈아 입히고, 책도 읽어주고 발자국 놀이도 가끔 해줬다. 그래도 녀석은 제 엄마와 달리 내겐 좀 데면데면한 느낌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보단 당연히 아빠가 못하겠지'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던 최근 어느 토요일, 제 엄마가 외출해 아이를 두 어시간 이상 혼자 봐야 했다.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 장난감 갖고 혼자 노는 아들이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지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혼자 노는 모습에 좀 '짠'한 마음이 들었다. 피곤에 내 코가 석자였지만, 녀석과 제대로 한번 놀아 주자 작정했다.

아들은 요즘 좀 컸다고 겁이 없어지고 최근엔 제 나름의 스릴(?)도 즐기는 눈치여서 포인트를 거기에 맞췄다. 일단 비행기부터 태웠다. 아이를 슈퍼맨 포즈로 안아 들고 비행기 기장 흉내를 내며 왔다갔다 흔들어줬다. 아들은 '꺅꺅' 소리를 지르며 정말로 좋아했다. 다음엔 내 배 위에 앉혀놓고 오토바이 흉내 놀이를 했다. 입으로 붕붕 효과음을 내며 좌우로 흔들어 줬더니 신이 나는지 “한번 더”를 연발했다.

그 다음엔 매트를 깔아놓고, 딴청을 피우다가 그 위로 쓰러지는 놀이를 했다. 재밌는지 내가 한번 하면 저도 따라했다. 악어아저씨 '팝업북'(입체 그림책) 시리즈도 꺼내들었다. 어느 편이고 책 마지막에는 '크악'하고 악어 아저씨가 튀어나오는데, 예전엔 무서워하며 울더니 요즘엔 그걸 깔깔거리며 재밌어 한다.

아이들이란 원래 재미있으면 끝이 없는데, 녀석이 그만 둘 때까지 원없이 함께 놀았다. 두 시간쯤 지난후 녀석은 만족한 지 뿌듯한 표정이 됐다. 아들이 재밌어 하니 나도 즐거웠다. 졸리는 지 눈을 비비길래, 눕혀 놓고 토닥토닥 만져 줬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녹초가 된 나도 곧 잠들었다.

이후 우리 부자 사이는 마법을 부린 것처럼 달라졌다. 내가 시키지 않아도 아들은 내 무릎에 와 앉았고, 내 얼굴을 만지고 살갑게 부비적댔다. 아들은 그 전엔 먹을 걸 내게 좀처럼 안 줬는데, “과자 하나만 주세요” 하면 이젠 선뜻 제 걸 내준다. 아무리 맛있는 걸 사다 줘도, 비싼 장난감을 안겨도 시큰둥했던 어린 아들이 신명나게 같이 논 이후엔 아빠에게 스스럼없이 대하기 시작한 거다.

이래서 네덜란드 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인간을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라고 정의했나 보다. 피를 나눈 부자지간도 재미를 공유하는 일이 필요한 걸 보면 말이다. `어떻게 벌어서 아이를 키울까`라는 아버지의 의무감과 그에 따른 피곤에 쩔어 그동안 아들에게 별로 재밌지 못한 아빠였던 게 너무 미안했다.

어쩌면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랑한 마음과 웃는 얼굴에 작은 재미를 함께 나누는 여유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는 일 뿐 아니라, 좋은 친구나 좋은 직장 동료가 되는 방법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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