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안 놓고 민주당내 격론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4일 오전 10시10분부터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한·EU FTA 비준안 동의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의원총회는 당초 오전 9시부터 열 계획이었지만 앞서 오전 8시30분부터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져 순연됐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여·야·정 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설명하며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동영·정세균·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이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을 전해졌다. 이들은 "한·EU FTA 비준안 처리에 따른 정부의 후속대책이 실효성이 없고 야4당 연대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대표는 뚜렷한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정부, 한나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4일 처리에 대해서는 손 대표 역시 '좀 빠르지 않나, 6월 정도로 미뤄도 되지 않나'라는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앞서 지난 2일 박지원 원내대표한테서 여·야·정 협상 결과를 보고받았을 때 비준안 처리가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여·야·정 회의에서 합의된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열려던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도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다른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은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현재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국내법의 규제로는 한·EU FTA를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다"며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법률은 한·EU FTA가 발효된다면 완전히 무너져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비준안 처리 의지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비준동의안이 이미 상정됐으니 표결해서 찬성할 사람은 찬성하고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