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글로벌 증시 움직일 3대 변수는?

전 방위적 역풍을 겪었던 글로벌 증시의 남은 반년을 두고 신중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고 있다.

순탄할 줄 알았던 상반기 글로벌 증시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려 크게 덜컹거렸다.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고 꺼진 줄 알았던 유럽 채무위기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은 기지개를 켜던 전세계 제조업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악재 돌출에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돈을 빼갔다. 글로벌 자금동향 분석회사인 EPFR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주식펀드에서는 23억87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하지만 지난주 글로벌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면서 지난 4월말 고점을 찍고 시작된 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는지 주목되고 있다. 약세장 속 기술적 반등인지, 강세장 속 조정 종료인지 하반기 증시를 판가름할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경제권 리스크를 분석했다.

◇美 경제지표 하강 끝났나=미국 제조업지표는 지난 4월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5월 실업률은 예상 밖으로 올라갔다. 제조업과 고용지표가 약화되자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돈을 빼갔다. 올 2분기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47억47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지난해 8월말 이후 증시 랠리의 동력이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이른바 2차 양적완화도 지난 6월로 끝났다. BNP 파리바는 양적완화 종료가 기업의 이익마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DBS 자산관리도 2차 양적완화가 끝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종료를 바로 눈 앞에 둔 지난주 뉴욕 증시는 5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며 S&P500 지수 기준으로 5.6% 급등했다. 경기 회복 속에 지표가 일시적으로 하강할 수 있다는 소프트패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황에서 6월 제조업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온 것이 증시에 상승 재료가 됐다. 지난 5월 20개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6월에 예상 이상으로 크게 반등하며 4개월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5월 들어 기업 원가와 가계 소비에 가장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던 유가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세를 보인 것도 하반기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도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자동차 및 전자제품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리 냅 바클레이즈 캐피탈 투자전략가는 "거시경제 전망이 안정되면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되찾을 것"이라며 미국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했다. 또 "기업의 영업 마진이나 이익 증가세 등 증시의 기초체력이 되는 실적 요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다소 저조해도 나쁘지는 않다"고 밝혔다.

냅은 "경제 성장세가 가속화하면 투자자들이 경기에 민감한 업종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분기에는 헬스케어, 유틸리티, 소비 필수품 등 방어주가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반면 금융업, 기술업, 에너지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은 수익률이 크게 저조했다.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씨티그룹 투자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 반등할지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있으나 최근 증시에서는 매수 신호가 분명하다"며 "향후 6~12개월을 두고 볼 때 악재들이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드 빌더 BNP파리바 투자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오는 8일에 발표되는 미국 노동부의 민간부문 취업자수가 하반기 투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여름에는 휴가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많아 거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경기 반등세를 확인하려는 관망세가 짙어지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나 가을부터는 증시 분위기가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中 긴축 완화 기대감 높아=올 하반기 미국 경기 회복세와 함께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변수는 중국 긴축정책 종료 시점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정책은 금융시장 전반에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6월말 "중국 거시경제 정책의 최우선과제인 물가 상승세가 억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혀 물가를 잡기 위한 중국의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제조업지표인 6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올 하반기 긴축 완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제조업지표는 하락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경기과열 우려가 낮아져 중국의 통화긴축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긴축 완화는 기업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터주고 이자 부담을 낮춰 이익 전망을 밝게 한다.

리준 센트럴차이나 증권 투자전략가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PMI는 중국 경제가 실제로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정부가 강도를 높여온 긴축 정책을 올 하반기 완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창 지안 바클레이즈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경기 확장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며 "성장세 둔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지난해 10월 이후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스티브 선 HSBC 중국주식 전략 대표는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정부의 긴축 정책이 완화되면 올 하반기 중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으며 올해 말까지 15~20%의 상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아시아 신흥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캠벨 터플링 CIMB-프린서펄 자산관리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으면서 긴축정책이 종료될 것"이라며 "이 시점이 아시아-태평양 증시에 중요한 매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에 정부의 인플레 목표치인 4%를 크게 넘는 5.5%를 나타내며 3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제조업지표 하락세를 감안할 때 6∼7월에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채무위기, 고비는 넘겼지만..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일부 국가들의 채무위기는 지난 6월 글로벌 증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하지만 그리스 의회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재정긴축안을 통과시키며 그림자는 조금 걷히는 모습이다.

래리 칸토르 바클레이즈 캐피탈 리서치 대표는 "그리스가 의회의 긴축안 통화로 즉각적인 디폴트를 피하고 일시적으로 불확실성이 걷혔다"며 "일반적인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역전되며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매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 데니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유럽 채무위기에 대한 우려가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지워질 것"이라고 말해 EU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채무위기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채무문제는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EU의 지원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리스 채무문제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위험한 불씨라는 지적이다. 당장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도 추가 협상을 남겨 놓고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대니 웅 아레카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채무위기에 대비해 운용하고 있는 펀드에서 주식 비중을 50~60%로 낮추는 일시적인 방어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